호수 2065호 2010.09.05 
글쓴이 한건 신부 

도보순례를 통해 시복 시성과 성가정을 꿈꾸며

도보 순례 2주년, 교구장 황철수 주교님과 몇 명의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평협 회장님과 간부들, 200여 명의 신자들이 광안 장대골 순교 신앙 사적지에 모였습니다. 30도를 훨씬 뛰어 넘은 폭염 속에서도 어김없이 참석하는 낯익은 얼굴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 에 이들을 이곳으로 이끌고 있는 힘은 무엇이겠습니까? 아마도 순교자들이 흘린 땀과 피가 깃든 순교 정신이 이 분들의 삶 속에 조금씩 녹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08년 8월 마지막 토요일, 당시 장춘길 평협 회장과 150여 명의 신자들이 첫 도보 순례를 실시했는데, 벌써 2주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4,500명 정도가 함께 걸었고,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분이 2,000명에 달합니다. 매 순례 때 평균 150여 명의 순례자들이 추위와 더위, 비에도 불구하고 함께 걸었습니다. 몇몇 분들로부터 언제까지 할거냐, 그 정도면 교구 내에 홍보가 잘 되었으니 중단해도 되지 않느냐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도보 순례를 하면서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보고를 합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지향을 두고 순례를 했는데, 몇 번 정성껏 참여하니, 그 지향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분들은 가족들이 서로 흩어져 신앙으로 모을 수 없었는데, 어느 덧 한 가족이 함께 순례를 할 수 있었다고 기뻐합니다. 이처럼 도보 순례를 통해 주님의 은혜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는 보고는 저나 평협 임원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도보 순례는 시복 시성을 위한 것도 있지만, 성가정 운동도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교회사를 잠시 보면, 부모님이 순교를 해서 집안이 거의 몰락하고, 심지어는 고향을 떠나 산골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면서도, 자식들도 또한 순교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성가정의 모범이 아니겠습니까?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신앙 때문에 모진 박해와 시련을 이겨나갔습니다. 순교자들의 참된 성가정을 보면서 오늘날의 우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본당 신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냉담 교우들, 학원에 지쳐 신앙을 뒤로 하고 있는 학생들, 바쁘다는 핑계로 주일미사조차 거르는 젊은이들, 참 많은 신자들이 순교자의 피와 땀을 헛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무엇보다 참된 순교 신앙이 부모로부터 시작하여 어린 자녀들에게 신앙이 뿌리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더 깊어 졌습니다. 추위와 더위, 비와 눈이 오더라도 계속되는 도보 순례가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여 하루 빨리 순교자들이 복자품에 오르고, 더불어 도보 순례를 하는 각자의 가정도 순교자들의 신앙이 깃든 성가정이 이루어질 기원합니다.
 

 (부산교회사연구소장, 활천성당 주임)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84 2121호 2011.08.28  하느님께 한 걸음씩 박상범 요셉  98
83 2120호 2011.08.21  빵 하나와 커피 한 잔을 넘어 임미화 에딧타  159
82 2117호 2011.08.07  우리는 하나다! 허승백 요한  80
81 2115호 2011.07.24  50주년의 영광을 주님과 함께 최병남 세례자요한  103
80 2114호 2011.07.17  당신을 몰랐더라면... 정성희 마리안나  185
79 2111호 2011.06.26  세상의 빛은 볼 수 없지만… 시각장애인선교회  142
78 2110호 2011.06.19  우리 부부의 2박 3일 주말여행 서영식,김미옥  203
77 2108호 2011.06.05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오순절평화의마을  269
76 2107호 2011.05.29  '바다의 별' 해양사목 해양사목  167
75 2106호 2011.05.22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 이영준 암브로시오  64
74 2101호 2011.04.17  성유 축성 미사의 의미 교구 전례위원회  419
73 2099호 2011.04.03  스무 살, 주님의 자녀로 아름답게 살아가 주길… 청소년사목국  104
72 2097호 2011.03.20  부산가톨릭대학교 CUP Action Plan 선포, 그 6개월 후! 부산가톨릭대학교  226
71 2094호 2011.02.27  따뜻한 이별의 정거장 안윤문 베아드리체  179
70 2093호 2011.02.20  아픈 이들의 ‘길벗’, 부산가톨릭의료원 부산가톨릭의료원  129
69 2091호 2011.02.06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우리들의 사명 정해성 프란치스코  104
68 2089호 2011.01.30  부산ME 30주년을 맞이하며 부산 ME 대표 부부  188
67 2083호 2010.12.26  2010년 사제·부제 서품 주보편집실  617
66 2081호 2010.12.19  범일성당 121주년을 맞이하면서 송덕희 루시아  218
65 2079호 2010.12.05  열정과 기쁨의 축제, 2011 세계 청년 대회(스페인 마드리드) 청소년사목국  141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