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43호 2013.1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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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간식이 무엇이 나올까만 관심이 있지, 딱딱한 교리나 미사 참례에는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 신앙 교육을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권순호 신부(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언뜻 보기에는 아이들이 주일학교에서 신앙에 대해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듯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부모님 없이 어린이들 혼자 어린이 미사 참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육의 대단한 결과입니다. 어린이들이 미사 시간에 떠들면 저는 기도 손을 시킵니다. 그러면 일제히 아이들은 기도 손을 합니다. 처음 온 어린이는 기도 손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성당에 계속 나오는 학생은 바로 알아듣습니다. 밥 먹을 때, 미사 시작할 때, 성호경을 긋고 기도문을 외울 수 있다는 것도 신앙교육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은 삼위일체의 깊은 신학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주일학교에서 신앙생활에 기본이 되는 많은 기도와 생활 태도를 몸으로 익히고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천주교에서는 주일학교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예비자 교리 시간에 예비자들에게 정형화된 기도문을 외우게 합니다. 어떤 이들은 형식화된 기도문을 왜 외우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루 중에 우리의 삶을 이루는 대부분의 것은 습관이라 불리우는 정형화된 행동과 말들입니다. 천주교의 기도문과 다른 신심 행위들은 바로 이런 우리의 대부분의 삶을 이루고 습관을 거룩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쁜 세속적인 습관이 아니라 거룩한 습관을 기르게 하는 것입니다. 거룩한 습관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 갑니다.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중요한 것을 배우고 익히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