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70호 2016.0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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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형길 신부 |
거룩함의 빛
김형길 안젤로 신부 / 밀양가르멜수녀원 상주
또 사순절이 되었고 벌써 사순 2주째가 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언제나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시기에 오지요.
이곳 가르멜 수녀원에도 겨울이 차츰 물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수녀님들은 언제나 사순절처럼 살고 계신답니다.
얼마 전 한 수도원을 방문해 하얀빛처럼 누워계시는, 올해로 101세가 되시는 수사님을 뵙고 왔습니다만, 이곳 수녀원에도 아주 귀한 보석같이 빛나는 할머니 수녀님들이 여럿 계시답니다. 그 빛이라는 것이 스스로 내고 싶다고 해서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순절은 주님의 수난을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만, 또한 잠에 빠져있는 우리 영혼을 깨워 일으키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시는 중에 빛이 났습니다.“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루카 9, 29) 빛 자체이신 분이 빛을 발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우리도 빛이 날 때가 있답니다. 그 빛은 사람의 내면에서 발산되는 빛인데, 주님과 함께할 때나 말씀과 함께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주님과 주님의 말씀에 사로잡힐 때는 내면에서 빛이 나게 됩니다. 산에서 주님의 모습이 빛나고 있는 동안 제자들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주님은 기도하시는 동안 빛이 났습니다. 우리도 기도하고 미사 드릴 때 내면에서 빛이 타오르지 않는다면 아마도‘아케디아’(영적 무기력)에 빠진 것이겠지요.
신부님도 수녀님도 신자님들도 모두 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잠에 빠졌던 제자들이 그 빛을 보고 그곳에 살고 싶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일시적으로나마 그 빛을 보게 되기를 희망합시다.
갈수록 성당은 빈자리가 늘어나고 젊은이들과 중장년 신자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서 사라졌던 빛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 안토니오는 사막에서 하느님과 말씀만 되새기며 105살이나 살면서 수많은 제자들의 빛이 되었습니다. 유혹자들과 영적투쟁을 벌이던 성인은 어느새 빛나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이 빛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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