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함의 빛

가톨릭부산 2016.02.17 10:28 조회 수 : 140

호수 2370호 2016.02.21 
글쓴이 김형길 신부 

거룩함의 빛

김형길 안젤로 신부 / 밀양가르멜수녀원 상주

  또 사순절이 되었고 벌써 사순 2주째가 되었습니다. 사순절은 언제나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시기에 오지요.
  이곳 가르멜 수녀원에도 겨울이 차츰 물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수녀님들은 언제나 사순절처럼 살고 계신답니다.
  얼마 전 한 수도원을 방문해 하얀빛처럼 누워계시는, 올해로 101세가 되시는 수사님을 뵙고 왔습니다만, 이곳 수녀원에도 아주 귀한 보석같이 빛나는 할머니 수녀님들이 여럿 계시답니다. 그 빛이라는 것이 스스로 내고 싶다고 해서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순절은 주님의 수난을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만, 또한 잠에 빠져있는 우리 영혼을 깨워 일으키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기도하시는 중에 빛이 났습니다.“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루카 9, 29) 빛 자체이신 분이 빛을 발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우리도 빛이 날 때가 있답니다. 그 빛은 사람의 내면에서 발산되는 빛인데, 주님과 함께할 때나 말씀과 함께할 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주님과 주님의 말씀에 사로잡힐 때는 내면에서 빛이 나게 됩니다. 산에서 주님의 모습이 빛나고 있는 동안 제자들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주님은 기도하시는 동안 빛이 났습니다. 우리도 기도하고 미사 드릴 때 내면에서 빛이 타오르지 않는다면 아마도‘아케디아’(영적 무기력)에 빠진 것이겠지요.
  신부님도 수녀님도 신자님들도 모두 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잠에 빠졌던 제자들이 그 빛을 보고 그곳에 살고 싶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일시적으로나마 그 빛을 보게 되기를 희망합시다.
  갈수록 성당은 빈자리가 늘어나고 젊은이들과 중장년 신자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서 사라졌던 빛이 다시 나타난다면 그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성 안토니오는 사막에서 하느님과 말씀만 되새기며 105살이나 살면서 수많은 제자들의 빛이 되었습니다. 유혹자들과 영적투쟁을 벌이던 성인은 어느새 빛나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이 빛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요?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