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35호 2010.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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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경선 안젤라 |
그들과 함께 사는 세상에서
이경선 안젤라 / 노동사목 자원 활동가
일요일 아침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은 뒤 점심 저녁 식사 준비까지 미리 한다. 오후에 한국어 교실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 일에 가족들은 매우 협조적이다. 이런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한국어 교실에서 봉사한 지 10여 년의 시간을 흘렀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영어 강사, 동남아에서 들어온 이주노동자, 오랜 기간 본국에 가지 못하는 불법체류자, 결혼 이주 여성 등. 이들이 일주일에 90분씩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어를 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오랜 기간 봉사하면서 사실 이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한국어 수업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한국어 외에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에 대한 이해였다. 일주일 내내 문화적 충격과 오해를 품고 있다가 한국어 교실에 와서 나에게 질문한다. ‘학생들은 학교가 있는데 왜 비싼 학원에 가요?’, ‘밥 먹었냐고 왜 물어요?’, ‘몇 살인지 왜 물어봐요?’
문화적 충격을 해소하는 방법은 사랑과 관심이다. 나는 학기마다 학생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여 각자의 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시간이 맞지 않으면 각자의 나라 음식을 만들어 교실에 가져와서 먹기도 한다.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소맥을 마시면서 웃고 이야기하다보면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오해도 사라진다. 지난 주 이번 학기 수료식이 있었다. 매 학기 많은 학생들이 등록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수료하는 학생은 항상 적다. 우리 반에서 수료한 두 학생은 캐롤과 대니이다. 캐롤은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로 일하는 아일랜드 사람이다. 그녀는 소주를 좋아하고 삼겹살을 먹을 때는 김치와 마늘을 함께 구워서 먹을 줄 아는 귀여운 아가씨다. 대니는 미국에서 온 장애청년이다. 성격이 아주 활달하고 농담을 좋아하는 청년이다. 그도 역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로 일한다.
한국어 교실은 가톨릭교회에서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결혼이민자 2세,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한국어 교실에서 봉사하는 선생님들은 일요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과 함께 보내며 그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진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우리의 이웃인 그들에게 봉사를 하다보면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돕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에게 도움이 된 사람은 도움이 되어서 행복하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도움을 받아서 행복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봉사한 사람이나 지금 봉사를 시작하는 사람이나, 앞으로 봉사를 시작할 사람이나 모두 그들과 함께 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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