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17호 2009.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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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양희 레지나 |
아들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침묵이 흐르는 수도원 성전, 검은 성의자락 안으로 절제된 신앙을 간직한 채 소리 없는 발자국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허리 굽은 은발의 구십대나 이제 갓 입회한 파릇한 이십대나 그들은 모두 어머니의 소중한 아들들이었다. 누가 등 떠밀지도 않았는데 일생 수도자로서 독신생활을 감내케 한 저 보이지 않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기도하며 일하라.’ 회헌대로 각자의 일터에서 모여들어 하느님께 경배를 드리는 시각, 제1주간 성무일도 낮기도가 시작됐다. ‘보라. 얼마나 좋고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 머리 위의 좋은 기름 같아라. 아론의 수염 위로 흘러내리는, 그의 옷깃 위에 흘러내리는 기름 같아라.’(시편133편). 부산가톨릭문인협회에서 한국진출100주년을 맞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방문한 날 거룩하고 경건한 기운이 저마다의 가슴속에 젖어들었다.
가을날의 문학기행을 위한 구상문학관은 인접한 곳에 있었다. 가톨릭시인으로서 구도자적인 모범을 보여주신 분. 권위와 명예를 뒤로한 채 평생 마음 가난한 삶을 살며 예술가의 내면 풍경을 보여준 결곡한 시혼을 만나본다.
시인의 흔적과 발자취를 영상으로 관람한 후 대표 시 십여 편을 모은 낭송회가 시작됐다. 스스로 자신의 사상을 ‘가장 잘 담은 시‘라고 표현했던 「오늘」을 비롯한 「구상무상」「홀로와 더불어」「기도」등등 시편마다 짙게 배인 신앙 정신을 대할 수가 있다.
「그리스도폴의 강」을 포함한 ‘강’연작시를 백여 편 발표할 정도로 낙동강은 구상 시의 원천이었다. 강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마음을 씻고 가다듬으며 관수세심(觀水洗心)의 삶을 실천했던 관수재 앞에서는 오늘날 신자 문인으로서의 자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글로써 하느님을 전하고 세상 복음화에 이바지한다는 일에 대해 생각한 날, 구월의 저녁 해가 저물고 있었다.
가톨릭문인협회는 신자 문인들의 입회를 환영합니다.
문의 : 892-3774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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