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49호 2015.10.11 
글쓴이 김기영 신부 

임마누엘 주님과 함께 다녀왔어요

 

  얼마 전, 본당 교우 20여 명과 함께 당일치기로 오카야마(岡山)지구 순례를 다녀왔다. 타마노(玉野), 오카야마, 미즈시마(水島) 이렇게 3곳 성당이었다. 우선 타마노 성당은 지난 8년간 사목을 했던 성당이었다. 지금은 베트남 신부님이 선교적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방문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약간씩 달라진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대로였다. 무엇보다도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은 새 신부님과 함께 완전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이었다. 지난 재임 기간이 나름 긴 편이었고, 그 때문에 새 신부님이 오더라도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전임 신부의 그림자가 행여 방해라도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고,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하시려는 일을 이들을 통해서 하셨던 것이다. 순례단 중에는 짝교우 자매의 남편도 있었는데, 미사를 마치고 자신들을 맞이하는 이 공동체의 놀라울 정도의 환대와 따스함에 큰 감동을 받았단다. 늘 남편의 영세에 강한 바람을 가지고 있던 자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함빡 핀 것을 보니 은총이 함께 하셨음이 분명했다.
  두 번째는 오카야마 성당. 이곳은 히로시마 교구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고 큰 성당이기도 하다. 1880년에 건립되었고 파리 외방 선교회, 예수회를 거쳐 순심회(淳心會,cicm)신부님들이 사목을 해왔던 곳이다. 또, 부산교구의 박효진 신부님이 머물고 있다. 1945년 폭격으로 본당 전체가 전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주고쿠지방을 대표하는 뿌리 깊은 나무로 존재하는 본당이었다.
  세 번째는 작년에 50주년을 지낸 미즈시마 성당이었다. 이곳은 쿠라시키, 타마시마와 더불어 3개 본당이 한 블록을 이루고 3명의 신부님이 공동 사목을 하고 있는 곳이다. 부산의 김영수 신부님이 담당하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 50주년을 준비하면서 큰 은총이 있었단다. 그 은총이라 함은 다름 아닌 교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본당을 참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이 신앙의 유산을 지금의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다음 50주년을 내다볼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신앙생활에 맛들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공동체가 되었다고 했다.
  짧게나마 3곳의 본당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오늘, 어떠셨습니까?”하고 물으니“좋았어요, 감사합니다~!”라는 함성이 들려온다. 사실, 이 순례를 위해서 1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뭐, 그 먼 데까지...”라고 말하던 이들이 이렇게 변화된 것은 분명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표징이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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