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07호 2009.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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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신홍윤 에몬 |
흔히 제 삶을 소설같은 인생이라고 합니다. 남매가 다섯, 여섯 살 때부터 편부로서 아이들을 부양해야 했습니다. 갑자기 달라진 상황에서 아이들은 정서 불안과 절대 고독에서 오는 고통에 휩싸였습니다. 메마른 남매의 감성을 어떤 방법으로 일깨워줄까 고민하다 피아노와 태권도를 배우게 했지요. 하지만 학원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결석이 잦고 여느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으로 당시 동항성당의 오수영 신부님을 찾아뵙고 편부 슬하에서도 해맑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일러 달라 했더니 웬만한 잘못은 너그럽게 포용하고 오직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듬어 주라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투박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버리고 대화와 스킨십을 많이 하였더니 남매에게서 차츰 그늘이 사라지고 대학 진학을 할 때까지 대나무처럼 곧게 성장하면서 속을 썩이거나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답니다. 빠듯한 형편이었지만 오붓함 속에서 작은 행복감에 젖어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군복무를 끝내고 딸애가 대학 3학년일 때 우리 가정에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조카에게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은행 독촉에 수없이 시달리다 월급과 퇴직금이 압류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부산광역시 자원 봉사 센터’ 소속으로 15년 동안 봉사단을 이끌며 받은 대통령 표창 등이 참작되어 천만 원의 탕감을 받았습니다. 아쉽게나마 일은 해결되었지만 심적 고통의 후유증으로 우울증 초기 증상이 왔습니다. 하여 약 1년 동안 남모르는 속앓이를 하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냉담도 하게 되었고요… 게다가 집안 형편을 눈치챈 아들은 “아버지, 제 힘으로 벌어 남은 2년을 채우겠습니다.”라는 쪽지를 남기고 가출하였습니다. 아들이 남긴 쪽지를 읽으며 한없이 울었고 그때부터 정신을 차려 주민센터를 찾아가 부탁한 끝에 지금까지 복지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성화에 1년쯤 교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의 설교는 귓가에서만 맴돌고 눈앞에는 자꾸 성스럽고 경건한 미사가 눈에 아롱거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마주친 한 자매님이 마음을 돌리라며 한참을 설득하였는데 나도 모르게 “다음 주일부터 갈게요”라고 말하고는 성당에 다시 발을 내딛었습니다. 성전을 들어서는 순간 전혀 낯설지 않고 본향에 온 듯 포근함과 설렘을 느꼈습니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남모르게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제 다시 이 그리웠던 본향을 떠나지 않으리라 다짐 또 다짐을 합니다. 난 잠시 나그네의 신세로 객지를 떠돌다 마음 속에 간직했던 참 고향을 찾았습니다.
((성요한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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