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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하루만 지나면 열흘간의 피정이 끝납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두고 훌쩍 고요속으로 떠나는 마음이 뭐랄까 소풍을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소엔 일과 해야할 것들로 분주하여 님과의 대화에 소홀했으나, 이 기간 만큼은 24시간 충만한 대화로 마음의 풍요와 휴식을 가졌습니다. 처음엔 비바람이 몰아치고 태풍이 불어서 모든 것을 휩쓸어 가버렸고 폐허의 현장에서 눈물흘리며 목놓아 우는 저였습니다. 슬픔과 고독속에 갈기갈기 찢기어 너들너들 걸레같이 되어버린 마음은 무덤속에 묻혔으며 숨은 멈추었습니다. 몇일간의 어둠의 터널을 지나 찬란한 서광의 밝은 새날이 시작되었고 기쁨의 노래와 춤을 덩실덩실 추며 온통 축제의 한 마당이 되었으며 주인공들의 어두운 아픔안의,기쁨과 행복안의, 생명의 파아란 싹을 보았습니다.

 

자연도,우주도,우리네의 피정과 함께 하면서 비를 내림으로 축하를,우르르 쾅쾅 소리를 내며 응원을 해 주었고 실시간 기도의 향기가 피정을 더 깊게 이끌어 주었고 님과의 일치로 환희의 노래를 하게 했습니다.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듯이 오물도,쓰레기도,상처도,아픔도, 웃음도,행복도,추억의 배를 타고 사랑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걷는 걸음의 발자국마다 주인공들의 삶의 여정이었고 산을 돌고 돌아 하산할때는 축복의 세레나데를 흥얼거리며 온몸의 세포들이 밝은 기운을 바깥으로 발산함을 알수 있었습니다. 매번의 식단은 격려의 마음을 먹게 했고, 배려와 친절의 음식으로, 또한 기도와 떠나온 빈자리를 채워주는 이웃의 봉사로 마음이 점점 녹아서 강물이 바닷물이 되어 흘렀습니다.

 

시간안의 여정의 길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의 메시지가 하나하나 결정체로 모이면서 8일째의 마감을 할때 주어진 선물이 그만 모든 지나온 뒤안길의 허망함을 매꾸어 주는 큰 보상이었고, 잠못이루게 했으며, 자꾸만 선물을 보게 했고, 보고 또 보고 하면서 마음안이 환한 촛불의 밝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홀로 캄캄한 창밖을 보며,별과달과 피정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 하며 차를 마셨습니다. 몇 번이고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피정이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왠지 길을 잘못가고 있으며 이탈하여 방황중이라는 빨간 신호등의 깜박임도 보며 중단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이 모든 것이 끝에 가 닿지 않을듯 멀게만 생각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굽이굽이 돌고돌아 강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서 바다로 가듯이 피정의 시간은 마지막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을뿐 모든 것은 감사의 시간이었고, 행복한 순간이었고, 어렵고, 힘들고,피하여 달아나고픈 순간도 있었으나 자신을 만나는 참 공부의 시간이었기에 수련의 피정이 수도의 꽃이었음을 고백해 봅니다.

 

격정적인 파도의 출렁임과 폭풍우속에서 배가 뒤집힐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안전하게 내일이면 항구에 도착합니다. 인생길에서 만났던 한분한분에 대한 기억이 그때는 왠지 좀 모자라고, 불편하고, 상처받은듯 했으나 이시간 돌아보니 그것은 오늘의 모습을 위한 단련의 시간이었음을 말하게 됩니다. 피정을 해야 한다는 명제앞에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고 해야할 여러 가지 사정들과 마음의 복잡한 현실들아네서 갈등스러웠고 흔들렸습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사방으로 흔들리듯 온통 사방으로 움직이는 마음을 그냥 있는 그대로 놓아버렸습니다. 모든 것을 그냥 그렇게 두고 피정을 떠났고, 내일이면 삶의 현장속으로 다시금 되돌아 갑니다. 피정을 갈때의 흔들리는 마음보다 현실안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음이 실은 더 흔들리고 있습니다. 태풍과 폭우속에서도 뽑히지 않은 사랑의 나무가 코스모스의 유연함같이 그렇게 심어진 자리에서 딱 버티고 자라주길 바랍니다.

 

많은 것이 땅속에,바다속에 숨겨져 있다가 지표면에 나왔습니다. 선별하여 잘 사용하는 것은 피정이후의 과제입니다. 섬세하게,부드럽게,예민하게,그러나 항상 여유롭게,웃음을 잃지 않으며 피정동안 발견한 보물들을 감사히 사용할 것입니다. 모든 것에 앞서 느리게 하렵니다. 故최재선주교님께서 이렇게 2004년2월에 그러셨습니다. “수녀야,빠른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여러일과 모든 것안에서 표정,말,행동, 느낌이 아니라,그 모든 것을 관통하여 핵심을 알아보고, 듣고,실천할수 있기를 희망하며,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듯이 피정의 깨달음이 흘러서,일상의 삶안에서,사랑과 기쁨과 평화의 꽃을 활짝 피우며,실천의 용서로 세상에 녹을 것입니다.

 

# 피정 잘 끝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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