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가톨릭부산 2015.10.07 06:02 조회 수 : 59

호수 1989호 2009.04.19 
글쓴이 심원택 신부 

예수님을 죽음으로 몰아간 유다인들이 무서워 문을 모두 닫아걸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유다인들의 통상적인 인사말의 의미를 넘어,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며 위안과 용기를 불러 일으켜 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리하여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께서 함께 하고 있음을 체험한 제자들은 기쁨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여기서 ‘평화’와 ‘기쁨’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에 대한 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적 ‘평화’와 ‘기쁨’으로 충만한 제자들은 이제 예수님께서 세상에 파견되었듯 세상으로 파견됩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파견하시면서 숨을 불어넣으시는데, 이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새로운 창조가 시작됨을 알리는 것입니다. 나아가 성령은 곧바로 죄의 용서와 연결되는데, ‘용서하다’는 것은 매여 있는 바를 푸는 것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우리를 옭아매고 억누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죄악이며, 죄악으로부터의 해방은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선물이며 또한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사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을 고백하고, 그분의 현존을 체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부활에 대한 신앙은 사람의 지식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성적인 사고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겸허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를 넘어선 그분께로 내 마음을 열 때 은총으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눈으로 부활하셨다는 분을 직접 보고 만져보기 전에는 믿지 못하겠다’던 토마스(현실적·계산적·과학적 인간성을 대변)도 나약함과 불신에 대한 회한을 자백하면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는 신앙고백을 하게 됩니다.

토마스의 신앙 고백을 들은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장차 당신을 직접 보지 않고 믿을 이들, 곧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과 더불어 오늘 제2독서에 나오는 ‘세상을 이긴 그 승리는 바로 우리 믿음의 승리입니다’라는 말씀은 부활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에 종지부를 찍습니다. 인간이 불완전한 만큼 그 믿음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는 토마스의 신앙고백을 통해 세상을 이겨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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