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회개의 때

가톨릭부산 2015.10.07 06:00 조회 수 : 62

호수 1987호 2009.04.05 
글쓴이 김종엽 신부 

‘은혜로운 회개의 때’라고 불리는 사순 시기도 이젠 정말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돌아봅니다.

사순 시기는 무엇보다 우리를 위해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묻히신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고, 그 분 앞에서 우리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때를 은혜롭다고까지 하기엔 왠지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 어려운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순 시기야말로 당신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드러내 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죄요, 그 죄를 지고가신 분이 예수님이시니, 다시 말해 우리가 우리의 죄를 느끼고 아파하는 만큼 예수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적어도 그만큼 예수님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이런 까닭에 이 시기는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그래서 가장 은혜로운 때일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이 우선되고, 그만큼의 은혜를 얻을 수 있겠지요.

오늘 이렇듯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께서 그 사랑을 완성하고자 예루살렘으로 오르십니다. 비록 겉으로는 열렬한 환호와 환영을 받으시지만, 그분의 눈에는 모든 것이 불을 보듯 훤합니다. 세속, 물질, 권력 등 평소 자주 쓰던 용어들을 잠시 배제시키더라도 십자가라고는 도무지 지고 싶지도, 질 것 같지도 않으면서 회개없이 은혜만을 바라는 사람들! 축제만이 아니기에 수난복음을 통해 주님의 죽으심을 묵상하는 오늘 전례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어 십자가가 준비된 예루살렘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맞습니다. 자신의 허물을 인식하고 잘못된 순간들을 아파하고 그리스도인답지 못했던 삶을 고개 숙여 주님 앞에 봉헌할 때 우리는 회개가 동반된 진정한 회개의 때를 맞을 수 있겠지요. 모든 교우분들께 진정 은혜로운 회개의 때, 십자가의 주님을 맞는 참된 성지 주일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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