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441호 2017.07.02 |
|---|---|
| 글쓴이 | 변미정 모니카 |
천국카페와 천국도서관이 있는 마을
변미정 모니카 /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해가 길어지는 이즈음 어릴 적 살던 동네 골목을 떠올려본다. 숨이 목에 차오르도록 술래잡기하던 아이들은 저녁 먹으라며 부르는 엄마들 성화에 한둘씩 사라지고, 혹 어른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집 아이는 옆집에서 챙겨 먹이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었다. 골목 평상에는 부채를 들고 이른 더위와 모기를 쫓으며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풍경.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승학산 자락 아랫동네이다. 결혼하며 살게 된 작고 오래된 아파트는 전출입이 거의 없고 입주자 평균 연령이 65세가 훌쩍 넘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마당에 있는 작은 화단 텃밭은 철마다 갖가지 꽃과 작물들로 넘쳐난다. 아침마다 텃밭을 돌보는 어르신들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생명들을 볼 때마다 주님이 주신 놀라운 자연의 힘과 생명을 키워내는 어르신들의‘노동’에 존경심이 절로 일어난다.
몇 해 전 아파트 앞, 도로 저편 산기슭에 있는 주택들이 허물어지고 재개발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몇 달 전부터 우리 동네와 아파트에도 주택재개발조합 설립과 관련하여 공지문이 붙고 몇 차례 모임이 진행되었다. 벌써부터 아파트 보상금과 새 아파트의 평당 액수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자 입주민 사이에선 여러 의견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보상금을 받는다 해도 평당 천만 원을 훌쩍 넘긴다는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는커녕 집을 구하지 못해 거리로 나앉지나 않을지, 평소 잘 오지 않던 자식들의 잦은 방문도 그리 달갑지 않다는 어르신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는 어떤 곳일까? 문득 부산에서 가장 낙후된 산동네에 있는 아미성당이 떠오른다. 아미성당 입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데레사 수녀님이 반겨주신다. 거기에는 천국도서관과 천국카페도 있다. 가보면“와~~!”하는 감탄사와 왜 천국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을 주민은 물론 감천문화마을에 온 이방인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는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찬미받으소서』를 다시 꺼내본다. 무조건 허물고 하늘 높이 지어 올리는 인간의 이기심과 끝없는 탐욕이 아니라 생태적 회개로 시작하는 교황 주일이 되길 기도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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