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7. 제12주간 화요일(대리구미사)① 창세 13,2.5-18 ㉥ 마태 7,6.12-14.
세 번째 음식: 성체와 교회 그리고 새계명
!!, 주님의 기도 후반부의 첫 청원기도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를 묵상하면서... 매일 먹어야 할 첫 번째 음식은 육신에 필요한 음식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물질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매일 노동할 수 있는 힘과- 그래서 2테살 3,10은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함 - 그리고 먹지 못하는 형제들과 나눌 수 있도록 청하는 것이 매일 먹게 해 달라는 기도의 첫 번째 내용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 청원기도의 두 번째 음식인 말씀을 묵상하였습니다. 말씀이 매일 먹어야 할 음식이라는 것입니다. 말씀으로부터 믿음의 은총을 받기 때문에 매일 말씀을 먹지 아니 하면,, 말씀을 묵상하지 않으면, 영혼은 믿음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영양실조에 걸리게 됩니다. 주님과의 친교가 약해진다는 뜻입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요한1,14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라는 말씀을 설명하시면,, 우리가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에 옮기면, 주님께서 우리 영혼 안에 강생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말씀으로 오시는 주님께서 우리 영혼 안에 탄생하시고 자라는 것입니다. 말씀의 은총을 이처럼 심오하게 설명해 주신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말씀으로 믿음의 은총을 받고 주님과 인격적으로 결합된 영혼은 이제 세 번째, 마지막 가장 중요한 음식을 먹게 됩니다. 바로 성체입니다. 교회의 모든 교부들은 성체야말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기도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바로 성체를 모시기 위해서 먼저 육신적으로 일하고 먹어야 하고, 말씀으로 믿음의 은총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도 요한6장에서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라고 하셨습니다. 성체가 가장 중요한 우리의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성체성사는 무엇입니까? 주님의 성체는 지난 성체성혈대축일 본기도에서 “이 놀라운 성찬의 성사로 주님의 수난을 기념하게 하셨으니, 저희가 언제나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대로 주님 수난의 성사입니다. 따라서 성체 안에서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수난당하신 주님이 현존해 계십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생생하게 살아계시는 주님 현존의 성사를 영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요한6,56이 설명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이 복음은 심오한 진리를 말해줍니다. 우리가 성체를 모시면, 예수님과 일치하게 되는데,, 이 일치를 pericoresis라고 합니다. 상호내재라는 뜻입니다. 이 상호내재는 두 인격체의 신비로운 결합을 뜻합니다. 두 인격체가 결합할 때, 각각의 고유한 인격은 그대로 있으면서,,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 상호내재의 일치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일치입니다. 즉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이신 예수님은 각각의 고유한 위격을 그대로 지니면서도 성령의 친교로 완전히 일치하시는 것입니다.
성체로 주님을 모시면, 삼위일체의 일치가 예수님과 우리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즉 주님은 우리의 머리가 되시고, 우리는 그분과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님과 상호내재의 일치를 이룬다는 것은 우리가 신격화된다는 뜻입니다. 즉 우리는 성체로 하느님이신 주님과 일치하여 하느님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 신격화(divinizatio)는 예수님과의 완전한 일치의 결과입니다.
이렇게 일치되면, 우리의 삶이 달라집니다. 우리는 보통 육신적으로는 먹는 음식의 힘으로 살게 됩니다. 지상적인 삶을 살게 하는 음식이기에,, 지상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체로 주님과 일치를 이루게 되면 주님이 주시는 신적인 생명의 힘으로 살게 됩니다. 즉 우리가 사는 차원이 이제는 인간적인 차원이 아니라, 신적이 차원에서 살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세상에서부터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주님의 신비체로, 성령의 궁전으로, 천국의 시민으로 살게 됩니다. 이런 힘을 성체가 주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요한 6,57)
이 성체가 주는 하느님생명과 사랑은 우리 한사람 한사람도 받지만 원칙적으로는 성체는 교회가 받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교회를 대표하는 사도들에게 성체를 거행하도록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교회에 맡겨주신 성체로 주님과 가장 깊이 결합함으로써 우리는 주님의 신비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세례성사가 주님신비체의 지체를 탄생시킨다면, 성체는 그 신비체를 먹이고 자라게 합니다. 이런 영혼의 양식을 주님께서 교회에 맡겨주셨기 때문에 교회가 성체를 이루고 성체를 나누어줍니다. 따라서 교회는 성체의 은총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입니다.
이렇게 주님 수난의 성사요 교회의 성사인 성체를 받아모시는 사람에게는 단 하나의 법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세족례를 하시고,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난 다음 우리에게 새계명을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바로 이것이 교회의 헌법이요 성체를 영하는 사람들에게 주신 새계명입니다. 이 새계명의 특징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즉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아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하실 때에는 서로 사랑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쪽에서 먼저 사랑하고 용서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 신자들끼리는, 우리 가족들끼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먼저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요? 바로 일치입니다. 새계명은 서로 일치하기 위해서 먼저 사랑을 주고,, 또 주고 해서 사랑을 받을 때까지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 사람뿐 아니라, 공동체내에서도 일치가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서로 사랑함으로 일치한다는 것은 우리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서로 사랑하는 분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성령의 친교로 끝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일치하는 하느님이십니다. 이 일치의 은총을 성체가 준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체로 오시는 예수님께로부터 힘을 받아,, 서로 사랑하는 새계명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이 그 사랑의 힘을 불어넣으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체를 영하는 자는 내 힘으로 살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성체로 오시는 주님 사랑의 힘으로 서로 사랑하여 일치하는 힘으로 이 세상에, 사랑이 없는 곳에도 주님 사랑을 전하는 힘을 받는 것입니다.
이 성체의 사랑으로 천국에서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이루어질 일치를 지금 우리 교회안에서, 그리고 이 세상 안에서 이미 실현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성체는 천국에 가는 보증수표요, 영원한 생명의 시작, 천사들의 빵입니다.
이 엄청난 은총을 담고 있는 성체는 예수님이 주시는 구원의 은총을 모두 완성하기 때문에,, 성체를 거행하면서,, 우리는 하느님과 주님께 영원한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체를 Eucharistia, 즉 감사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체를 통하여 하느님께 영원한 감사드리면서 천국의 의 은총과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충만히 내리길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