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1977호 2009.01.25 
글쓴이 김효경 신부 

본당 사목을 하면서 함께 일을 할 봉사자들을 찾는 것이 너무나 힘듭니다. 주님처럼은 못되지만 나름대로 눈여겨 본 교우들에게 봉사할 것을 권하면 대개가 “지금은 힘들고 나중에 하겠습니다.”라고 하던지 “저 말고 더 잘할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뒤에서 봉사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정중하게 거절들을 합니다. 제가 동항성당에 부임하던 그 해에 권유했던 사람들이 2년이 지난 지금도 다음에 하겠다고 그럽니다. 언제 하겠다는 것인지, 무엇을 더 준비해서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살아가던 ‘삶의 자리’에서 그들을 부르십니다. 마르코 복음사가가 생각하는 “호수”는 갈릴래아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는 장소였습니다. 실제로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취미 삼아 고기를 잡던 사람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 고기를 잡던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부르실 때도 우리가 일하고 있는 ‘삶의 자리’로 만나러 오시고, 그 자리에서 당신을 따르라고 초대하십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부르심에 응답하고 복음을 실천해야 할 장소는 바로 우리들의 '일터'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부르셨던 그들은 어부였습니다. 갈릴래아 호숫가를 배경으로 구차한 삶, 그저 그런 삶, 변두리 인생을 살아가던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 어부로 살아간다는 것, 꽤나 고단한 삶이었을 것입니다. 고기를 잡는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무 때나 나가서 그물 친다고 고기가 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물때가 잘 맞아야 고기가 잘 잡힙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비가 많이 오거나 파도가 높이 일면 즉시 그물을 걷고 철수해야만 했습니다. 가끔씩 물때도 맞고 화창한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날 조차도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에는 다른 어부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에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고기를 제대로 많이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시몬 베드로와 그들의 동료들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우리와 너무나 닮은 삶의 자리에서 어쩌면 우리보다 더 치열한 어려움 속에 있는 그들은 생계를 위한 그물을 버리고 주님을 따릅니다.

저희 본당교우들 가운데서도 이미 여러 명의 교우들이 직장을 잃고 일손을 놓고 있는 어려운 경제상황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교우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드리기가 참으로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은 세상의 것보다는 주님을 따르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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