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68호 2016.0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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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진 요한 |
장궤틀의 추억
김상진 요한 / 언론인 daedan57@hanmail.net
계.“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응. (가슴을 치며)“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옛날 미사 때는 남여 신자석이 구분돼 있었다. 요즈음도 시골 공소에 가면 남여 신자들이 자연스레 구분해 앉는 곳이 있다. 그 시절 모든 기도를 바칠 때 남여 신자들이 주송과 응송을 주고받으며 기도를 바쳤다. 그러다 보니‘고백기도’의 경우 시작하는 계 부분은 남자들이, 응 부분은 여자 신자들이 나눠서 바쳤다. 당연히 여자 신자들은 가슴을 치며“제 탓이요, 제 탓이요”만을 반복했다.
어느 할머니가 신부님께 항의했다.“죄 짓는 것이 맨날 여자 탓이라고 가슴까지 쳐야 하는교. 계송과 응송을 바꿉시더.”신부님 답변이 재미있다.“인류의 원죄는 이브가 유혹에 넘어간데서 시작된 것이므로 모든 죄는 여자들 탓 아닌교. 못 바꿉니더.”
고백기도를 두고 웃자고 지어낸 유머이지만, 옛날 성당 모습이 그립다. 계와 응송을 나눠서 하다 보면 서로 경쟁하듯이 기도 소리에 간절함이 배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기도소리는 성당 밖까지 들렸다. 요즈음 미사 때는 신자들이 바치는 기도문을 정성껏 바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웅얼거리는 바람에 무슨 소리인지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는 사라진 장궤틀이다. 지금은 성당 맨 앞줄에만 장궤틀이 남아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최근에 영세받은 신자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발을 얹어 놓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장궤(長?)는 몸을 똑바로 세운 채 오른쪽 무릎을 꿇거나 혹은 두 무릎을 대고 허리를 세운 채 꿇어앉는 일이다. 하느님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는 자세로 아울러 겸손과 순종을 표현한다. 장궤틀 조차 없던 시절에는 마룻마닥에 무릎을 꿇었다. 어린 시절에는 미사를 마치면 무릎이 빨갛게 아팠던 기억이 난다.
우리 본당에 아르헨티나 신자 한 명이 미사에 참례한다. 그분은 미사 때 우리가 일어서는 부분에서 는 거의 맨바닥에 무릎을 꿇고 장궤를 한다. 그 이유를 아르헨티나 성당 순례를 가서 알았다. 성당 모든 신자석에는 장궤틀이 있었다.
간절한 기도 소리가 크게 들리고, 장궤틀에서 무릎 꿇고 겸손한 자세로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이 가득 찬 성당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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