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여정
강은희 헬레나
부산가톨릭신학원 교수
매일 아침 눈을 뜨기도 전부터 우리의 하루는 선택으로 시작된다. 지금 당장 일어날 것인가 5분만 더 있다가 일어날 것인가. 두터운 외투를 입고 나갈 것인가 가볍게 입고 목도리를 두를 것인가. 노란 신호등에 멈춰 설 것인가 휙 지나가 버릴 것인가 등등. 때로는 의식하며, 때로는 의식도 하지 못한 채,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신앙 생활도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분께서 네 앞에 물과 불을 놓으셨으니, 손을 뻗어 원하는 대로 선택하여라.”(잠언 15,16) 성경의 가르침은 우리 앞에 두 갈래 길을 펼쳐 보이며, 생명과 축복으로 인도하는 선택을 하도록 독려한다. 온당한 정신을 가졌다면 좋은 것을 내버려 두고 굳이 나쁜 것을 누가 선택하겠는가? 선택이란 자체가 더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라면, 나쁜 선택을 자의로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데 살아가노라면 때로는 어느 것이 좋을지 분명치 않은 경우들도 맞닥뜨리게 된다. 심지어 두 가지 선택지 모두 다 좋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의 자유 앞에 펼쳐진 양 갈래 길에서 머뭇거리기도 한다. 이럴 때면 한 번씩 떠오르는 시가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이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 둘 다 똑같이 좋아 보였지만, 일단 길을 나선 시인은 그중 하나를 택하여 걸을 수밖에 없고 이 선택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되었다고 훗날 한숨을 쉬며 말하게 되리라는 내용이다. 저자의 한숨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미련과 후회였을까 아니면 안도와 경탄이었을까.
우리 역시 그 가을날 아침의 시인처럼,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게 될 무수한 갈림길들마다 불확실한 결과의 모험을 안은 채 그때그때의 선택을 하며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좋은 선택을, 때로는 선택하지 않은 길에 미련이 남는 선택을 하기도 하면서.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기에 삶은 가치 있고 신비로운 것이리라. 다만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이익보다는 올바름을, 세상의 휘황찬란함보다는 거룩함을 향한 선택을 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보면 마침내 내가 선택하여 걸어온 길의 끝에 서게 되었을 때, 다른 갈림길들의 여정에서도 선함과 거룩함의 선택을 이어온 이들의 길들이 끝나는 지점과 결국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나의 원천에서 솟아난 지류들이 어느 곳으로 돌고 돌아가든 결국 하나의 바다로 합류하게 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