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903호 2025. 12. 21 
글쓴이 한인규 신부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한인규 세례자요한 신부
월평성당 주임

   이번 주는 대림 제4주일입니다. 대림 제4주일은 다윗 가문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러 오시는 구세주가 누구이신지를 알려 주며 또한 구세주의 탄생이 임박했음을 드러냅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아하즈왕과 요셉에 관한 사건들을 들려주면서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위태로운 시기에 세상의 권력과 힘에 의지하고, 오로지 믿음과 함께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결과를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먼저 남유다의 아하즈왕의 경우는 아람과 북이스라엘이 자신의 나라를 침략할 위기에 놓여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보내셔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지켜 주실 것이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나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 7,9)라고까지 말씀하시며 주님께 대한 신앙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을 촉구하셨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손수 함께하시고 보호해 주신다는 표징까지 청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불신앙으로 가득 차있고 세상적이고 인간적인 방법만을 찾고 있던 아하즈는 오늘 독서에서처럼 하느님의 표징마저 거부하였습니다. 인간의 역사를 주도하시고 움직이시는 분은 세상의 피조물들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아하즈는 도무지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 당시 강대국이었던 아시리아에 의존하면서 나중에는 엄청난 조공을 바치는 속국으로 전락해버립니다.

   이에 반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다윗 가문의 요셉은 마리아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파혼하기로 생각을 굳혔지만, 꿈에서 주님 천사의 말을 듣고 그대로 믿음으로 순명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입니다. 복음에서는 요셉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요셉은 굳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의로운 사람이라고 인정받았습니다. 의로운 사람인 요셉은 율법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율법의 본질인 사랑과 자비의 삶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임신한 마리아에게도 자비를 베풀려고 합니다.(마태 1,19) 그리고 결국 끝까지 주님을 믿고 따랐던 요셉은 마리아를 통해 임마누엘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인생의 위기와 절망 속에서 세상의 방식과 인간적인 것에만 매달리던 아하즈는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져 나라를 속국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지만, 끝까지 주님께 대한 믿음을 지니고 순종했던 요셉은 영원한 해방과 생명 자체이신 임마누엘 하느님을 품에 안게 됩니다.
   
우리도 곧 다가올 거룩한 성탄을 준비하면서 하느님보다는 세상의 방식과 인간적인 계산만을 믿고 있는 우리 모습을 돌이켜 보며, 오로지 하느님께만 희망을 걸고 성모님의 도움을 간구하는 참된 그리스도 신자가 될 수 있도록 주님께 은총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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