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67호 2016.01.31 |
---|---|
글쓴이 | 오종섭 신부 |
하느님 은총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아갑시다
오종섭 토마스아퀴나스 신부 / 장유대청성당 주임
본당 신부로서 신자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문득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하느님 집, 그러니까 성당에서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그저‘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기도를 다 들어주신다’는 식으로 말하면‘눈빛 흐린 성직자가 하는 식상한 강론’에서나 듣게 되는 그저 그런 이야기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그 어디에도 의지할 때가 없는 사람들이 성당을 찾아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하느님을 붙잡고 하루하루 안간힘을 쓰면서 사시는 모습을 볼 때나, 희망 없는 눈빛으로 성당을 찾은 신자분들이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 때문에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화목해지는 가족들을 보게 되면, 흔히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기적 같은 것은 없어도, 성당에서는 좋은 일이 참 많이 일어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무엇을 알아서 하느님께 그 청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느님을 바라보고 섬기기만 하면 그게 무엇이 될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우리들에게 좋은 일을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 주신다는 것, 그리고 성당에 다니다 보면,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그런 좋은 일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사제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소하면서도 큰 보람이기도 하고 성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됩니다.“하느님 열심히 한번 섬기면서 살아보소,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소위 하느님의 은총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나쁜 말씀을 하십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 생기는 좋은 일이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나는데, 정작 하느님의 은총을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제가 앞서‘눈빛 흐린 성직자가 하는 식상한 강론’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만‘눈빛 흐린 신자들이 하는 식상한 삶’이라는 말도 성립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들 각자에게 맞는 좋은 일들을 만들기 위해 생생하게 살아서 우리 곁에 있는데, 정작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눈빛이 흐려져서 그것을 알지 못하고, 그저 그런 식상한 것으로만 치부한다면, 하느님 은총을 입에는 달고 지내지만, 정작 그 은총이 주는 좋은 일은 결코 그런 사람들에게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일어나더라도 못 느끼고 지나쳐 버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늘 눈을 크게 뜨고 늘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해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직접 몸으로 누리면서 살아가도록 합시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376호 2016.04.03 | 이런 일 | 김태환 신부 |
2375호 2016.03.27 | 예수님은 당신 부활로 우리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십니다 | 손삼석 주교 |
2374호 2016.03.20 | 하느님과 인간의 마음이 다름 | 김두유 신부 |
2373호 2016.03.13 | 용서의 사람임을 기억하자 | 송제호 신부 |
2372호 2016.03.06 | ‘작은아들’과 나 | 한윤식 신부 |
2371호 2016.02.28 | 포도 재배인의 마음 | 강지원 신부 |
2370호 2016.02.21 | 거룩함의 빛 | 김형길 신부 |
2369호 2016.02.14 | 광야란? | 장민호 신부 |
2368호 2016.02.07 | 말씀을 따르는 베드로 | 김동환 신부 |
2367호 2016.01.31 | 하느님 은총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아갑시다 | 오종섭 신부 |
2366호 2016.01.24 | 스스로 자비의 도구가 되어... | 전열 신부 |
2365호 2016.01.17 |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원정학 신부 |
2364호 2016.01.10 | 세례성사의 의미 | 신기현 신부 |
2363호 2016.01.03 | 자비로운 주님의 빛 | 장훈철 신부 |
2361호 2015.12.27 | 함께하는 밥상공동체 | 고원일 신부 |
2360호 2015.12.25 | 낮은 곳에 임하시는 예수님 | 손삼석 주교 |
2359호 2015.12.20 | 성모 마리아는 순례의 길을 걸으시고 | 박갑조 신부 |
2358호 2015.12.13 | 기뻐하시는 주님 | 노우재 신부 |
2357호 2015.12.06 |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 최재현 신부 |
2356호 2015.11.29 | 그리스도 곁에서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 곽용승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