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영안실 냉동고 안에 잠들어 있는 교우의 시신을 꺼냅니다. 우리와 함께 기도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영성체를 했던 형제였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를 우리보다 먼저 부르셨습니다. 죽음으로 가는 기나긴 대열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꾸려나갑니다. 그 대열에서 내가 몇 번째인지는 오직 주님 만이 아십니다.
고이 잠든 그 형제의 생에서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을 하나씩 벗기고 알콜 솜으로 온 몸을 정성껏 닦습니다. 죽은 사람의 몸을 만진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로마병사의 창끝이 예수님의 심장을 파고들 때의 고통을 생각하며, 원수를 사랑하고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 마저 내놓으라 하신 말씀을 생각하면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고 입관하는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교회 안에서 장례를 돕는 모든 연도회원들이 그러하겠지요.
빈소에 흐르는 국화향기와 흔들리는 촛불의 긴 그림자 속에서 관에 뉘어지는 고인의 유족들이 오열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장례절차가 하나씩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고인의 손에 묵주를 꼭 쥐어주고 유족들의 마지막 인사와 주님께 드리는 기도를 바치고 관뚜껑을 덮습니다. 뚜껑을 고정하는 나무 망치질 소리는 유족과 고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동공을 울립니다. 이제 장례미사를 위해 관이 옮겨집니다. 이 모든 장례절차에 연도회원들은 묵묵히 성심을 다해 봉사합니다. ‘오늘은 너 내일은 나’ 언제가는 나도 저 모습으로 주님 곁으로 돌아갈 날이 오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또 그때면 나를 위해 또 다른 연도회원들이 기쁘게 도와 주리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우리 연도회원들이 ‘먼저’ 죽은이를 위해 기도하며 봉사하고 있는 것입니다.(광안성당 연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