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동래성당 · 시인
말이 씨가 되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으며 행동으로 실천할 때,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임을 확신하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봅니다.
선종봉사를 하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긍정의 에너지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신학원 졸업 후 교리 교사로 봉사하게 되었고, 첫 만남은 86세 된 할머니와의 가정방문 교리였습니다. 키가 작으시지만 고우신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친정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었고 ‘나의 어머니라면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를 묵상하며 기도하고 방문하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구역 반장님께서 동행해 주셨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첫 인사가 “선상님, 오셨는기요. 에미야 어서 방석 내오이라.”하시며 반가움을 더해 주시며 손을 잡고 앉히십니다. 작은 상을 앞에 놓고 기도를 시작하면 “에미야, 니도 어서 앉아라. 공부는 젊었을 때 해야 된다.”하시며 며느리와 함께 교리 공부를 했습니다.
연세가 있으셔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시려는 모습에 감사했고, 삼위일체 하느님과 구원에 대하여 한 시간 공부하고, 한 시간은 할머니의 얘기도 들으며 선조들의 순교신앙 얘기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선상님요 하느님을 잘 모르지만, 배운대로 살겠십니더.”하시며 두 손을 모으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평화를 보았습니다.
곧고 바른 시어머니 덕분에 며느리는 두 번이나 교리를 들으셨고, 어머니의 입교로 아들과 며느리도 예비자로 등록하면서 6개월 간 교리를 받으며 주일미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셨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율리아’ 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입교와 교리도 중요하지만, 입교 후의 돌보기가 더 중요한 것이기에 구역 반장님께서 잘 돌보아 주고 계십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삼십, 육십, 백배의 결실을 맺듯, 손주와 손녀도 각자의 자리에서 세례를 받고 아름다운 성가정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근검 절약과 환경 지킴이로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삶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