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시몬 신부
군종교구 을지(제12보병사단)성당 주임
“군대를 두 번 간 남자” 사람들은 군종사제를 이렇게 부르곤 합니다. 신학생 시절 의무 복무로 한 번, 그리고 사제가 되어 군종장교로 또 한 번. “이 힘든 것을 두 번이나 하다니!” 우리 용사들에게 군대 두 번 간 남자는 그 자체로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군종사제는 이 특별한 헌신 위에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을 더해야 합니다. 바로 우리는 선교사라는 사실입니다.
어릴 적에 저는 선교사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학교 면접에서 “선교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가 면접관 신부님께 “그럼 외방선교회에 가지 왜 교구 신학교에 왔느냐.”라고 꾸중을 들었고, 교구 사제는 해외 선교가 어렵다는 생각에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선교사하면, 이태석 신부님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부산 출신이시라 더욱 마음이 가고, 그분의 삶의 향기가 너무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신부님을 제 영적 멘토이자 지지자로 여기며 그분 사진을 두고 늘 기도를 청하곤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 삶의 여정은 마치 이태석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르는 듯 기묘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신학생 사목 실습’(프락티쿰) 기간에는, 공장 근처에 신부님이 수학하셨던 인제대학교 의대가 있었고 그분을 기념하는 ‘이태석 신부 기념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제가 있는 강원도 인제는 신부님께서 군의관으로 복무하셨던 곳이기도 합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제 마음속 선교의 열망과 신부님에 대한 마음을 아시고, 군종교구라는 이 특별한 선교지로 저를 이끌어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님께서도 “군종 사제는 선교사입니다.”라고 분명히 강조하셨습니다. 군종교구는 특수한 사목지입니다. 이곳은 신자보다 비신자인 용사들이 훨씬 더 많은, 복음이 더욱 필요한 선교지입니다. 군종신부들은 이들이 군 생활이라는 힘든 시기에 예수님의 사랑을 발견하도록 돕는 선교사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해외 선교사는 아닐지라도, 이 땅의 용사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전하는 국내 선교사인 셈입니다. 저는 이 선교사라는 소명에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을 느끼며, 용사들에게 영적 멘토와 지지자로 살아갈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선교는 결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군종사제에게도 총알이 필요합니다. 그 총알은 이 귀한 사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는 여러분 모두의 끊임없는 기도와 후원입니다. 특별히 우리 부산교구 군종후원회의 사랑은 너무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사랑과 정성은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청춘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위로, 그리고 평화를 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