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3 03:17

+.십년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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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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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 오늘

평소보다 2시간정도 빨리 깼다. 보통은 밤9시에 자고 새벽3시에 일어난다. 오늘은 6월의 첫토요일이다. 근데, 십년전 오늘은 수녀원 설립자의 선종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날이 밝으면 양산하늘공원으로 가서 기일미사와 묘지 참배를 하고 올 것이다. 故최재선주교님은 우리와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있어서 그때는 살아 계실 때 나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제야 알아 듣는 것이 참 많다. 젊은 사람들은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깊은 사고나 행동,언어 표현등에 대하여 잘 수용하기보다는 일단은 밀어내며 거부하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있다. 가장 이해가 어려운 부분의 한 기억이 있는데, 나는 주교님의 일을 함께 하는 소임을 했는데,그때 금액은 얼마 인지 모르겠지만 어느곳에 고액의 우체국에서 발행하는 수표같은 것을 보내야 할때 그것을 일반 우표를 붙여서 편지봉투안에 넣어서 그냥 붙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때 그순간 완전 맨붕이었는데, 그냥 보통 우표를 붙이고 보내면 몇일 걸리기도 하지만, 분실되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우편봉투가 도착될때까지 몇일동안 매우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편지봉투가 잘 도착되어서 안심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우편물이 주교님께 많이 왔는데, 그때 마다 그 우편물이 담겨왔던 봉투들을 살살 잘 찢어서 겉과 속을 뒤집어서 풀로 붙여서 다시금 그 봉투를 재활용하여 사용하셨는데, 그것도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데, 지금 나도 이면지 활용을 매우 잘 하고 있다.

 

주교님은 항상 그 연세에도 무릎을 꿇고 장궤를 한 상태에서 장시간 기도를 하셨다. 나는 성전안으로 들어 가면서 종종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참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매일 저녁마다 잔디밭에 모여서 다 같이 기도를 할때 특별히 여름철에 모기들이 몰려와서 나는 바깥에서 기도하는 것이 참 싫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했고,왜 그렇게도 열심히 주교님께서 기도 하셨는지 그때는 정말 좀 그랬는데, 지금 돌아보니, 세상의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과 평화를 위하여 쉬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기도 하신 모습이 나에게 각인이 되어 있다.

 

가톨릭교회의 큰 어른을 모시고 살았던 그 시간의 추억이 지금 돌아보면 매우 감사하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의 의문이 이제야 하나씩 풀리고, 이해되고, 알아 듣는 것이 있다. 주교님의 그 깊은 마음을 그때는 참 잘 알지 못했다. 오늘은 주교님의 기일이다. 항상 밝은 미소로 씩 웃으셨던 할아버지 주교님의 생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대로 생각이 난다. 늘 절대자의 사랑앞에 겸손되이 기도와 순명으로 일생을 살아 오셨던 주교님의 청빈의 삶이 망아지 같은 나의 시선에는 곱지 않게 보였었는데,그 강직함안에서도 부드러운 웃음을 늘 간직하셨던 주교님이 참 감사하고 고마운데, 한번도 제대로 그 감사를 표현하지 못했음이 죄송합니다. 십년전 오늘 선종소식에 모두 눈물을 흘릴때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이 기일에,첫 눈물이 흐릅니다. 수녀원을 설립하시고 얼마나 많은 나날을 뜬눈으로 보내셨을까 이제야 쬐금 철이 듭니다.

 

베드로사도에게 예수님께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 번 질문 하셨는데, 그 질문을 이렇게 해 봅니다. “너는 故최재선주교를 사랑하느냐?”라고 말입니다DSCN546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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