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77호 2014.0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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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회사목국 |
주님, 하루를 살아도…
사회사목국 / 051-516-0815
‘주님. 제게 힘을 주세요. 제가 일어나야 남편과 아들도 삽니다.’최영란 할머니(가명, 68세)는 눈을 뜨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킵니다. 오늘도 인공관절 수술을 한 무거운 다리와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데만 한 시간이 넘는 병원을 오가며 남편과 아들의 병수발을 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초. 평소 뇌졸중과 갑상선암을 앓고 있던 남편(75세)이 간암 말기라는 말에 최영란 할머니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나보고 더 이상 어떡하라고… 이제 혼자 어떡하라고…” 집에는 아들 지석 씨(가명, 45세, 지체장애 1급)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척수공동증이란 병으로 일곱 번이나 수술을 했지만, 목뼈와 등뼈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하반신 마비 상태로 종일 누워 있고, 건강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심적으로 의지가 되던 남편이 이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입·퇴원을 반복해야 하는 이 상황이 절망스러웠습니다.
이전에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아들에게 욕창 치료를 위한 목욕 및 간호지원이 되어 그나마 도움이 되었지만, 복지정책의 변화로 지원이 중단된 뒤로는 아들의 물리치료와 목욕을 신경통이 오는 아픈 손과 다리로 직접 해야 할 때면 가쁜 호흡 속에 상기된 얼굴과 몸은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손과 어깨, 다리는 찌릿찌릿 저려 옵니다.“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내가 오래 살아야 하는데…” 최영란 할머니의 눈가에는 끝끝내 참아오던 눈물이 고이고 맙니다.
아들의 욕창 치료로 밀린 병원비 500만 원과 생계 대출금 1,000만 원도 상환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아들의 약값 50만 원과 생활비, 거기다가 남편의 간암 치료비까지…
할머니는 노령연금과 장애수당으로 나오는 80만 원 남짓한 돈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조그만 식당을 하던 딸도 실패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와 어느 한 곳도 마음을 기댈 수 없다는 최영란 할머니.
간암 말기로 고통스러워하는 남편과 하루하루 욕창과 씨름하는 아들을 바라보며‘주님, 하루를 살아도 제가 더 살게 해 주세요.’라는 간절한 기도를 할 수밖에 없는 최영란 할머니의 슬픔과 고단함이 떠올라 화창한 날씨가 오히려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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