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묵주 가져왔나?

가톨릭부산 2025.10.01 10:04 조회 수 : 12

호수 2891호 2025. 10. 5 
글쓴이 김기영 신부 

“느그 묵주 가져왔나?”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몰운대성당 주임

   올해로 부산교구 설정 68주년을 맞이합니다. 초대 교구장이셨던 故최재선 요한 주교님은 우리 부산교구를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께 봉헌하셨습니다. 이 봉헌은 최주교님이 여섯살 때 첫영성체를 하면서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았던 까만묵주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어린 요한이는, “성모님 공경하면 은혜받는다” 하신 아버지의 말씀대로 평생 성모님을 공경하며 사셨고, 주교가 되신 후에도 그토록 사랑하시던 성모님께 우리 교구를 봉헌하셨습니다. 그렇게 성모님의 품 안에서 자라난 우리 교구는 현재 126개 본당과 신자 수 약 46만여 명에 달하는 큰 교구로 성장했습니다.

   언젠가, 부제품을 받고 동기들과 최주교님께 인사를 갔었습니다. ‘주교님, 안녕하십니까. 새부제들입니다’ 인사를 드리자마자 주교님 왈, “느그 묵주 가져왔나?” 저와 동기들이 호주머니를 뒤지면서 우물쭈물하자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묵주도 없이 무슨 신부가 되겠다고..!!” 그날 주교님의 호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옷을 갈아입거나 외출을 할 때에도 항상 주머니에 묵주가 있는지 확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제로 20여년 세월을 살아오면서 주교님의 일갈에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지 그 울림은 사라지지 않고 짙어만 갔습니다. 행여 잘못된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사정없이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처럼 세속의 잠에서 눈뜨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어느 날, 묵주기도를 바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수도회가 창립자의 정신을 따라 사는 것처럼, 우리 교구의 정체성도 묵주기도의 영성을 잘 사는 데에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묵주기도의 은총 없이는 앞으로 만나게 될 신자들을 부산교구민으로 제대로 양성할 수도 없겠구나’라고 생각이 미치게 되자, 수십년 전 이를 내다보신 최주교님의 혜안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는 1917년 파티마에서 세 아이들에게 ‘묵주기도의 모후’라고 당신을 소개하시면서 “묵주기도의 학교”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이 학교에서 우리는 복음정신을 일상으로 이끌어내고, 자신과 이웃, 가정을 성화시키며, 세계 평화를 위한 영적 투쟁의 길을 배우게 됩니다. 묵주기도는 믿음의 길에 걸어감에 있어 결코 외롭지 않고 항상 성모님의 현존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기쁜 날, 부산교구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묵주기도의 학교에서 다시 배우고, 다시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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