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90호 2025. 9. 28 
글쓴이 정창식 신부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정창식 스테파노 신부
금곡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 나오는 거지 라자로의 이름은 “하느님께서 도우셨다.”는 뜻을 지닙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구의 몸으로 부자의 집 대문 앞에 버려진 라자로는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의 삶은 하느님의 도우심에 전적으로 의탁하는 존재를 상징합니다.
   
그에 반해 부자는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합니다. 죽음 이후, 라자로는 하느님의 품에 안기지만, 부자는 고통의 저승에 떨어져 후회하며 라자로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러나 그와 하느님 사이에는 깊은 구렁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갑자기 생긴 틈이 아니라, 부자가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며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삶 속에서 조금씩 파 놓은 결과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아모스 예언자도 비슷한 경고를 줍니다. 예언자는 백성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이 향락과 사치에 빠져 호의호식하며 자기 흥에 빠져 나라가 기우는 것도 모르는 최고 권력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고통받는 형제들의 현실에 무관심한 이들은 결국 스스로 덫을 놓고 지옥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제2독서에서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1티모 6,12)라고 당부하며 그리스도께서 가신 그 삶으로 가야 한다고 독려합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당시 바리사이들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한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곁에 ‘라자로’와 같은 이들을 보내십니다.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연민과 관심으로 바라보는 삶, 그들이 하느님만을 의지하는 그 믿음을 함께 품는 삶이 그리스도가 걸어가신 천국에 이르는 길입니다.

   우리는 지금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 금전 중심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조차 돈과 이해관계로 형성되며, 비교와 경쟁 속에 끊임없이 불안을 느낍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에게 그런 삶에서 벗어나, 사랑의 본성을 붙잡고 살아가라 말씀하십니다.

   
참된 행복은 세상이 아닌 하늘로부터 오며, 예수님께서 주십니다. 창조 질서를 기억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선한 일을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부자처럼 죽은 뒤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사랑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느님, 저희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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