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온천성당 · 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남을 배려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은 뜻하지 않은 고난을 겪고 외면받는다. 어릴 적 우리는 동화 속에서 선한 이는 결국 보상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는다는 결말을 배웠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아니 자주 그 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그런가. 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으며 오래된 질문이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사기(史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사마천(司馬遷, BC 145-BC 86) 역시 그런 의혹을 가졌다. 그는 『사기』 『백이열전』에서 하늘의 도리를 의심했다. 착한 사람인 안연(顔淵)은 요절하고, 나쁜 사람 도척(盜跖)은 천수를 누리며 살았다. 안연은 공자의 제자로 학문을 좋아한 인물이었지만, 가난하여 일찍 죽었다. 반면, 도척은 죄를 지으며 살았지만 결국 장수했다. 그리하여 안연은 선량한 사람의 본보기이고, 도척은 나쁜 사람의 우두머리였으며 ‘안연의 요절과 도척의 장수’라는 말은 ‘착한 사람의 불행과 나쁜 사람의 잘됨’을 뜻하는 말로 일컬어졌다.
사마천은 이 문제를 ‘포폄(褒貶)’의 형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군자나 청렴한 사람들을 칭찬하여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 악행을 한 이들에게는 추한 이름을 역사에 남기도록 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악인이 현세에서 받지 않은 벌을 후세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명나라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서광계(徐光啓, 1562-1633)도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 학문을 뒤졌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는 불공정한 사회현상을 해결할 답을 천주교의 교리에서 찾았다. 선행을 쌓은 사람은 천국에서 복을 누리고, 악행을 한 사람은 지옥에서 벌을 받는다는 교리가 그 해결책이 되었다. 천주교만이 답이었다.
이러한 천주교의 교리를 누구보다도 잘 받아들인 사람들이 순교자들이다. 박해시기 한국천주교회 순교자들은 세상의 불공정함과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며 순교를 선택했다. 이들은 세속적인 고난과 불평등에 굴복하지 않고, 궁극적인 구원과 천국의 보상을 믿으며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다. 이러한 순교자들의 삶은 우리에게 희망과 올바른 길을 따르려는 용기를 준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선(善)을 선택하는 이유,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다움의 시작이자 순교자의 마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