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887호 2025. 9. 7 |
---|---|
글쓴이 | 임성근 신부 |
disciple (제자)
임성근 판탈레온 신부
사목기획실장
“제자들은 예수님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었다.(Disciples were people gathered about Jesus)”(『사제양성교령 Pastores Dabo Vobis』 60항 참조) 번역하다 보면 자주 사전을 찾게 됩니다. 어려운 단어는 사전에서 어원을 찾아보고, 동의어 반의어 관계, 용례를 확인합니다. 오히려 안다고 여기는 단어가 옮기기 가장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disciple은 ‘제자’, discipline은 ‘제자훈련’, discipleship은 ‘제자됨’을 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about’입니다. 사전에도 잘 안 나올 테니까요. 전문번역가들은 이런 어감을 옮기기 위해 무척 애를 씁니다.
‘about’은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형태를 묘사하는 전치사입니다. 예수님에 ‘대해서’ 모여든 것이 아니라, 예수님 주변에 모여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제자들은 신분, 사회적 지위, 출신, 언어, 직업, 성격 모두 다 달랐습니다. 어떤 이는 예수님을 끝까지 따랐지만 어떤 이는 떠나가고 어떤 이는 배반했습니다. 예수님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이들을 불러 모으시고, 그들과 함께 걸어가셨습니다.(시노달리타스) 이 모든 묵상이 한 단어 ‘about’에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예수님 곁에서 걸어갑시다. “Let us walk about Jesus.” 각자의 모습대로 또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