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예수성심전교수녀회
2025년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는 희망의 선물이다. 구약의 전승에 따라 희년은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로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하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시기다. 희년의 성서적 근거는 이사야 61장, 메시아의 사명을 예언하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해방과 자유를 주며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은총의 희년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느님 나라의 중심 주제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고 공정과 정의에 기초한 그 나라의 통치 원리의 근간이 희년임을 알리셨다.(루카 4,18-19 참조) 우리에게도 성문이 열리는 성스러운 기쁨의 때이다. 우리가 서 있는 거룩한 이 땅, 이 공간과 시간의 순례길에서 인간의 권리를 되찾고 누리며 희망하는 우리 자신이 희년임을 깨닫게 한다. 희망의 순례자인 예수그리스도와 시노드 교회가 이 거룩한 희년의 영토를 힘차게 밟으며 희망의 순례길을 걷고 있다.
취약함으로 오염된 우리 땅에도 약속된 자유와 해방에 이른다는 사실은 내 의식이 깨어있을 때만 가능하다. 깨어있으면 순례길에 흐르는 샘이 보이고 땅속에 감추어진 보화가 번득인다. 희년의 빛나는 요소인 순례를 위한 성문이 열리며 화해와 기도, 전례와 신앙, 전대사의 의미와 가치들로 풍성한 선물을 발견한다. 회개와 용서의 의식이 살아 생동하는 만큼 예언적 정의가 움직이며 약속의 땅을 향하여 희망의 순례길을 재촉한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헌장 ‘인류의 빛’ 반포 60주년과 수도생활 쇄신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에 한국 교회는 ‘축성 생활의 해’를 선포하였다. 거룩한 희년에 축성 생활자들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강화하자는 초대인듯하다. 축성 생활의 해는 희년에 또 하나의 은혜로운 선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4년에 봉헌 생활의 해를 선포하고 ‘봉헌 교서’를 발표하면서 축성 생활자들에 대한 비전과 기대를 밝혔다. “복음적 완덕의 길은 축성 생활자들에게만 부여된 길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주어진 공동사명이다. 지금 축성 생활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어떻게 사셨는지를 증언하는 예언자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예언자로 ‘세상을 깨우라’는 것은 분명 우리 자신의 안전지대를 깨고 나오라는 긴박한 자기증여의 초대이다. 이 축성의 해에 다양한 카리스마로 부르시는 성령의 은사에 마음을 열고 불확실성 시대의 표징을 읽으며 존재론적 변방으로 나아가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다. 축성의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을 비우고 깨어서 ‘세상을 깨우는’ 희년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인듯하다. 희망을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회개와 자비에로의 길이다. “나 너와 함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