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 진리의 불

가톨릭부산 2025.08.13 10:43 조회 수 : 11

호수 2884호 2025. 8. 17 
글쓴이 이영창 신부 


사랑의 불, 진리의 불

 
이영창 스테파노 신부
삼산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하고 말씀하십니다. 평화와 사랑을 전하러 오신 예수님의 말씀으로는 다소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불’은 세상을 깨우는 ‘사랑의 불, 진리의 불’을 나타내는 말씀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이 ‘분열’은 복음을 따르려면 시련과 고통의 선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말씀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삶은 태어나실 때부터 시련과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루카 2,34)라는 시메온의 예언처럼,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표징이 되셨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정은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향한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길에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시고 순수한 복음의 불꽃을 지키기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신앙의 길에서 괴로움과 시련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신앙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공동체 안에서는 신자들과의 갈등과 상처로 서로 아파하고, 기도와 봉사를 통해 기쁨과 평화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힘들어지는 현실의 고통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시련은 예수님께서 겪으셨을 고통을 우리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끝까지 걸어가셨듯이 우리도 이 시련을 예수님과 함께 견디어 낼 수 있게 합니다. 왜냐하면 그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의 불을 지펴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예수님께서 지펴주시는 불은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불은 우리를 태워 없애는 파괴의 불이 아니라, 우리 안에 희망과 용기, 사랑과 진리를 일으키는 정화의 불입니다. 그 불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고 우리를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예수님께서 지펴주시는 불이 우리 안에서 마음껏 타오를 때 우리의 삶은 다시 진정한 평화와 행복으로 인도될 것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2877호 2025. 7. 6  말씀 전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 file 정상천 신부 
2876호 2025. 6. 29  흔들린 고백 file 천경훈 신부 
2875호 2025. 6. 22  새 계약 file 신문갑 신부 
2874호 2025. 6. 15  하느님의 얼굴 file 조영만 신부 
2873호 2025. 6. 8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file 권동국 신부 
2872호 2025. 6. 1.  승천하신 예수님, 저희도 하늘로 올려 주소서 file 이상일 신부 
2871호 2025. 5. 25.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file 맹진학 신부 
2870호 2025. 5. 18.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file 권동성 신부 
2869호 2025. 5. 11.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신 하느님! file 박규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