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8일 부활 제5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가장 무대뽀인 사람은 잃은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있다. 바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이다. 힘 없고, 겁 많고, 약하디 약한 사람일지라도, 서로 사랑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사랑으로 말미암아, 함께 이 세상의 논리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논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그 논리,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 논리,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그 논리, 불편한 것보다는 편한 것이 더 낫다는 그 논리, 기억하는 것보다는 잊는 게 더 살기 편하다는 그 논리를 거부하는 사람은 오직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사람들밖에는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우리들에게 주신다. 우리가 여기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이 계명 때문이다. «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는 슬로건 아래, 악마와의 거래를 틀려고 하는 사람들, 먹고 살기 위해 영혼을 팔고, 나라를 팔고, 몸을 팔고, 자식을 팔고, 예수를 팔고, 하느님을 파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거슬러, « 그래도 사랑 »을 노래하는 사람,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 사람,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할 줄 아는 » 사람,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 »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기 때문에,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따신 밥 먹여 주고, 좋은 옷 입혀주고, 호강시켜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 « 서로 사랑하자 »는 것은 죽음으로 점철되는 이 세상에 저항하고, 죽음에 저항하고, 불의에 저항하고, 거짓 선동에 저항하시는 부활과 생명의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이다. 하느님을 믿고 그분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일, 바로 서로 사랑하자다.
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을 닮는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찮은 일이고, 어리석은 일이며, 때로는 미치지 않고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세상의 판단기준으로 보면 하느님 믿으며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 없거나, 미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밖에 모르는 나뿐 놈, 돈 밖에 모르는 돈 놈이 득실거리는 이 세상, 그래서 그렇게 나뿐 놈이 되고, 돈 놈이 되는 것이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세상에서 «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되었다 »는 바오로 사도의 신앙고백은 루저의 참담함을 드러내는 고백이 아니라, 나뿐 놈과 돈 놈을 떠받드는 세상에 저항하는 사람, 거짓에 무릎 꿇지 아니하고, 오직 참된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의 다짐이며, 어두움에 빛을 가져다 주는 사람들의 찬란한 모습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세상은 «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남의 일 같은 건 전혀 없다»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 가장 현명한 노선을 따라가 성공하라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나를 따르고 십자가에 못 박히라 »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자기 목숨을 구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을 받을 것 »이라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 받으라 »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내어 주라 »고 말씀하신다. 세상은 별 탈 없이 편안하게, 좋은 게 좋은 것,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올바른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랑이신 하느님은 « 불을 지르러 왔다 »고, « 칼을 주러 왔다 »고 말씀하시며, 먼저 분열을 일으키셔서 가라지를 솎아 내신 후에 남은 자들을 하느님 나라의 일꾼이 되게끔 그들을 이끌어 주시고 일치시켜 주신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하며 살 수 있는 힘을 내려 주신다.
우리가 믿고 있는 하느님은 바로 이런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