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1일 부활 제4주일 미사 강론
오늘 부활 제 4주일은 성소, 특히 사제성소와 수도성소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성소주일 복음이 우리에게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주님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착한 목자이시다”라는 점이다. 그리스도 신자라면 누구나 어떤 직분에 있거나 언제나 ‘주님의 제자’이며, ‘주님의 양’이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주님을 우리의 ‘스승’이요 ‘착한 목자’로 모시고, 늘 그분으로부터 겸손하게 배우고,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따를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이는 교회의 목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교회 안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착한 목자’이냐 아니냐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착한 목자이신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따르는 ‘착한 양’이냐 아니냐를 먼저 반성할 것을 가르친다. 진정으로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 사람만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신앙공동체의 참된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진정으로 주님의 소리를 알아듣고 따르는 “주님의 양”이 될 수 있는 사람만이 주님께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신자 공동체의 “착한 목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목자라고 고백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분의 양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을 목자로 알아보는 것은 양의 몫이다. 그리고 그 목자를 따르는 것도 양의 몫이다. 오늘 복음의 바로 앞부분의 복음은 이 점을 분명히 밝힌다: «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 듣습니다.……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릅니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따르지 않고 오히려 피해 달아납니다. »(요한 10, 3-5)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엊그제 5월 8일, 한국시간으로는 5월 9일 새로운 교황님이 나셨다. 새로운 교황님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 세상에 잘 보여주는 성사적 존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5월 9일 새벽 4시 40분 경에 깼었는데, 콩끌라베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프랑스 가톨릭방송 유튜브를 틀었다가 교황이 나셨다는 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Habemus Papam이라는 말이 나왔고, 새교황님의 연설문 불어 번역본이 다행히 교황청 홈페이지에 올라와서 부리나케 한국어로 번역했다. 그리고 5월 9일 평일 미사 때에, 전국 아니 전세계 최초로 우리 김해성당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첫연설을 강론 때에 읽어 드렸다. 오늘 강론은 레오 14세 새교황님의 첫연설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리는 것으로 마치겠다.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를 빕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처음으로 하신 인사입니다. 하느님의 양 떼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바치신 착한 목자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이 평화의 인사가 여러분의 마음 속에, 여러분의 가정에, 모든 이들에게—그들이 어디에 있든지—모든 민족과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평화가 있기를!”
이 평화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무장을 하지 않은 평화이며, 무장을 내려놓게 만드는 평화입니다.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입니다. 이 평화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요, 우리 모두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지요. 우리 귀에는 아직도 생생히 들리고 있지요. 비록 약한 목소리였지만 늘 용감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음성—로마를 향해 축복하시던 그 음성 말입니다! 부활 대축일 아침, 교황님께서는 로마를 축복하시며 온 세상에 축복을 내리셨습니다.
저도 그분과 같은 축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악은 결코 승리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과 함께 손에 손을 맞잡고, 서로의 손을 맞잡고 함께 앞으로 나아갑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앞서 가십니다. 세상은 그분의 빛을 필요로 하지요. 인류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을 잇는 다리로서 예수님을 필요로 하지요. 여러분도 서로를 도와 다리를 놓아주십시오. 대화와 만남을 통해, 평화 안에서 하나 된 백성이 되기 위해 함께 나아갑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감사드립니다!
저를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택해 주신 모든 추기경 형제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걸으면서, 또한 동시에 하나인 교회로서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며, 언제나 두려움 없이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남녀로서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노력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이며,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자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말했지요. “여러분과 함께할 때는 그리스도인이며, 여러분을 위한 존재일 때는 주교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그 고향(하느님 나라)을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로마 교회에 특별히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선교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지, 다리를 놓는 교회, 대화하는 교회, 언제나 열린 교회가 될 수 있을지를 말입니다. 이 광장처럼 팔을 벌려 모두를 맞이하는 교회, 우리의 애덕과 존재와 대화와 사랑이 필요한 모든 이를 환영하는 그런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폼페이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걷고, 우리 곁에 계시며, 당신의 전구와 사랑으로 우리를 돕고자 하십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싶습니다. 이 새로운 사명을 위하여, 온 교회를 위하여, 세계 평화를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이 특별한 은총을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