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4일 부활 제3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부활이 정말로 기쁜가 ? 부활이 온몸을 전율케 할 만큼 기쁜가 ? 만일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오늘 복음은 제자들이 어떻게 부활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참으로 반가운 이정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촌구석에서 그저 그물로 고기 잡으며 살던 어부들을 불러 모아 당신의 제자로 삼으시면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하셨다. 제자들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3년이나 예수님과 함께 동거, 동고, 동락하며 살았다. 그 3년의 시작, 그날도 어부들은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밤새 한 마리도 못 잡아서 힘이 빠져 있었다. 그 순간 어떤 분께서 지내가시다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했다. « 선생님께서 그물을 치라 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루가 5,5)라는 말로 그 어부들은 그 분과 연을 맺고,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르면서, 그 분의 제자가 되었다. 

     
하지만, 자기들의 스승이 고난을 겪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가 사흘 만에 부활하게 될 것이라는 스승의 예언을 믿지는 못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지 사흘 뒤,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이 비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에도, 제자들은 스승의 예언을 의심했고, 베드로와 다른 한 제자는 새벽길을 달려 무덤을 확인하러 가기까지 했다. 빈 무덤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스승이 부활했음을 깨닫지 못했다. 부활하신 그분께서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에도, «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 ». 부활한 예수를 직접 만나 뵈었던 제자들의 첫 태도는 기쁨이 아니라, 무서움과 두려움이었다. 자신들 앞에 나타난 예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주었음에도, 제자들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기만 했다.

      
제자들은 스승의 부활을 느끼지 못했다. 부활하신 그분의 모습은 예전 모습이 아니셨고,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이상한 분으로만 그들에게 비쳐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스승이신 예수께서 마치 자기들을 떠나신 것처럼 느껴졌다. 예수님은 자기들과 이제 더 이상 함께 계시지 않는다고 단정해버린 그들은 이제 할 일도 별로 없었다. 얼마간 무료하게 지내던 베드로가 기껏 «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네. »(요한 21,3)하며 다시 어부로 돌아가버렸다. 그러자 여럿이 줄줄 따라갔다. 옛날에 버렸던 그물을 다시 손에 잡고, 고기 잡으러 가려 하니, 스승과 함께 했던 3년 세월은 말짱 도로묵이 될 판이었다.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려던 제자들이 희한하게도 그 옛날과 똑같은 경험을 다시 한다.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했을 때, 어떤 분이 또 나타나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라 하셨고, 그렇게 하자, 그 옛날처럼 엄청난 고기가 잡혔다. 153마리나 잡혔다. 그 분은 자기들을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던 바로 그 분, 자기들의 스승이었다. 

     
부활하신 스승께서는 아침밥을 챙겨 주신다. 그리고 특별히 베드로에게 부활을 느끼는 길을 알려 주신다. 예수께서는 3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하시고, 3번이나 똑같은 명을 내리신다. «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 »(21,15) 예수의 뒤를 따라다니며 치다꺼리를 하던 이가 예수의 사명을 대신하라고 명을 받는다. 부활을 느끼는 것은 세상에 아침상을 차려주는 것, 생명을 키우고, 생명을 지키며, 주님께서 사랑하셨던 어린 양들을 돌보는 것, 예수의 일,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말씀이다. 

      
주일이면 성당에 와서 미사에 참석하고 나서는 많은 경우,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처럼, 더 이상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일상생활로 되돌아 간다. « 나는 사업하러 가네, 나는 운동하러 가네, 나는 공부하러 가네, 나는 놀러 가네 » 하면서 부활하신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떠난다. 신앙생활은 주일의 몇 시간 정도로 다 해결된 된 듯 여겨 버리는 이들도 있다. 

     
미사가 끝날 때주례사제는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에 이렇게 인사한다 :«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 이 구절은 « Ite, missa est »라는 라틴어를 한국어로 의역한 것이다. Ite라는 말은 « 가시오 »라는 명령어이고, missa est 라는 말은 « 파견입니다 »라는 뜻이다. 주님께서는 이 미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 세상을 돌보는 사명을 주시면서 우리를 세상에 파견하신다. 은총을 청하기만 하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또 하나의 예수가 되어 세상에 은총을 나누어 주는 사도가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부활은 예수님의 일, 아침을 챙겨주고, 양들을 돌보는 일,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 사랑할 사람을 찾는다면서, 내 사랑을 받을 만큼의 수준이 되는 사람, 내가 주는 만큼 되돌려 줄 수 있는 사람, 적어도 내가 주는 사랑에 대해서 고마워할 줄 알고, 내 말귀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을 찾기 때문에, 사랑 찾느라 늘 헤매기만 할뿐, 정작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부활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고, 부활을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며, 예수의 부활 소식이 기쁘지도 않은 것이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사랑할 « 그 사람 »은 바로 제자들 열둘이었다. 그들은 위대한 사람도, 명망 높은 사람도, 돈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주님을 알아주던 사람들도 아니었고, 주님의 말귀를 제대로 알아 들을 만큼, 똑똑한 사람도 아니었다. 늘 실수를 저지르고, 겁 많고, 허풍 떨고, 급기야 자기를 배신하거나 배반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예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예수에게 있어서 중요했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당신과 함께 3년을 동거하면서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이 그들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들 각자에게도 그런 ‘그 사람’은 이미 있다. ‘그 사람’은 멀리 있지 않다. 내 아내, 내 남편, 내 부모, 내 자녀, 내 형제, 내 자매, 내 이웃, 곧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 바로 그가 ‘그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 한 목숨 내어 놓으며 살 때에, 우리는 부활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부활을 느끼게 되며, 부활의 기쁨을 알게 된다. 

     
12년 전, 문정현 신부님께서 입원해 계셨던 제주대학병원에 병문안을 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이런 말씀을 들었다. « 다 소진하니까, 이제야 겨우 부활이 어떤 건지 알 거 같아 ». 이 말씀을 통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부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목숨 내놓고 죽을 각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올 수 있는 기쁨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 한 목숨 내어 놓으며 살 때에, 우리는 부활을 느낀다. 부활의 기쁨을 알게 된다. 그래, 죽도록 사랑해보자. 죽을 만큼 사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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