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78호 2025. 7. 13 
글쓴이 사회사목국 
엄마의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사회사목국


   “큰딸이 객지에서 혼자 살면서 학교 공부랑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느라 힘든데 저는 별 도움을 못 주니까, 그게 제일 마음 아파요.” 지금 어떤 점이 제일 힘드냐는 질문에 홀로 세 딸을 키우는 엄마인 지연 씨가 이렇게 답합니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주말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바쁘게 사는 그녀는 조리사 자격증 시험 준비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몸 쓰는 일을 하다 보니까 체력이 달려서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자격증을 따면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공부해야죠.”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요. 관절 곳곳이 아픈 몸으로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공부하느라 고단할 텐데도 미소를 보이며 말하는 지연 씨. 아마도 세 딸이 엄마를 깨어있게 하는 원동력이겠지요.

   
둘째 딸은 아르바이트하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고 막내딸은 중학생입니다. 경제 사정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하다 보니 막내는 다른 과목은 잘하는 편이지만 영어, 수학 과목에서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지연 씨는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니까 마음 아프죠.” 엄마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딸들에게 더해주지 못하는 것에 신경이 쓰입니다.

   이렇듯 넉넉하지는 못해도 알뜰살뜰 살 수도 있지만 문제는 빚입니다. 이 가정에는 딸들의 아버지가 남긴 부채가 1억 원 가까이 있습니다. 그와 헤어지기 전부터 있던 이 부담은 고스란히 지연 씨에게 남았습니다. 상환은 그녀의 월급에서 일부를 자동으로 차감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야간 일을 하고 근로 시간을 늘려도 생활이 늘 빠듯합니다.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까 갚아도 갚아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에요.”라는 지연 씨. 무엇보다 이 짐이 아이들의 앞날까지 가로막을까 봐 걱정이라며 고개를 떨굽니다.

   
변해가는 세상에서 한결같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주님뿐입니다. 그분을 만나는 통로인 성경에는 과부, 재산 없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있는 여인과 고아가 자주 등장합니다. 약한 몸으로 혼자 아이들과 빚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는 지연 씨가 여러분을 통해 주님이라는 기대어 숨 쉴 곳을 만날 수 있도록 사랑을 전해 주시길 청해 봅니다.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야고 1,27)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 2878호 2025. 7. 13  엄마의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사회사목국  8
205 2874호 2025. 6. 15  탁자의 다리를 채워주세요 사회사목국  14
204 2869호 2025. 5. 11.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file 사회사목국  24
203 2866호 2025. 4. 20.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신 분께로 file 사회사목국  25
202 2861호 2025. 3. 16.  이웃집 천사에게 file 사회사목국  20
201 2857호 2025. 2. 16  비에도 지지 않고 file 사회사목국  20
200 2852호 2025. 1. 19  착하신 분들이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file 사회사목국  33
199 2844호 2024. 12. 8  사랑에 필요한 것 file 사회사목국  33
198 2840호 2024. 11. 10  듣는 마음을 가진 예쁜 청년입니다 file 사회사목국  32
197 2836호 2024. 10. 13  너의 웃음이 아이답기를 바라며 file 사회사목국  23
196 2830호 2024. 9. 8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 file 사회사목국  22
195 2827호 2024. 8. 18  그분께서 쓰시는 사람 사회사목국  10
194 2821호 2024. 7. 14  아버지께서 맺어주신 가족 file 사회사목국  25
193 2817호 2024. 6. 16  만들어 가는 사랑도 아름답습니다 file 사회사목국  16
192 2812호 2024. 5. 12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file 사회사목국  59
191 2808호 2024. 4. 14  지금 주님을 찾고 있을 그녀에게 file 사회사목국  15
190 2804호 2024. 3. 17  작은 빛이 짙은 어둠을 밝히듯 file 사회사목국  22
189 2800호 2024. 2. 18  위대한 사랑의 힘 file 사회사목국  37
188 2796호 2024. 1. 28.  온 가족이 함께하기를 file 사회사목국  35
187 2788호 2023. 12. 17  무거운 걸음에서 가벼운 걸음으로 file 사회사목국  29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