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5일 성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1963년,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년 10월 14일-1975년 12월4일)가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ichmann in Jerusalem)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책의 부제는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였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을 두고,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고 이름 불렀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 의한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집단 학살 사건의 주범이었던 루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을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지켜 보았던 한나 아렌트는 « 악의 평범성 »이라는 개념으로 루돌프 아이히만의 죄성을 밝혀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마치 기계와도 같이 자기가 행하는 일을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것은 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국가의 명령이나 임무를 당연시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되는 일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 관료적인 효율성, 권위에 대한 복종, 물질 만능에 따른 경제적인 효율성, 국익-반공-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악행에 가담하거나 침묵할 수 있다는 것이 한나 아렌트가 밝혀낸 루돌프 아이히만의 죄성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 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100만명에 
육박하는 유대인들을 가스실에서 학살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아돌프 아이히만이나 인두껍을 쓴 악마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악의 평범성이 가지고 온 비극, 그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길은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깨어있는 양심이다. 타인의 고통이 결국은 나의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깨어있는 시민의식, 그리고 공감하는 연대의식을 갖추는 데서 찾아야 한다. 우리 시대의 영성,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연대의식의 또 다른 말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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