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모든 것들이 당신의 이끄심 덕이었군요
가톨릭문협회장 하창식 교수, 신앙산문집 '당신이 있기에…'
우리의 하루에는 '어쩌다' 마주치는 일이 몇 번 일어날까.
하창식 프란치스코의 수필 '어쩌다'는 짤막한 글인데 '어쩌다'란 낱말이 39번 나온다. 출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쩌다 이웃을 만나 인사하고, 차 안에서 어쩌다 들려온 음악에 기분이 좋고, 어쩌다 주차장에서 좋은 자리에 차를 대며, 어쩌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어쩌다 마주친 동료와 밥을 먹는다.
그는 이어 고백한다.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 모든 인연이 어쩌다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예정된 이끄심 아래 이루어져 왔음을. 하느님의 손바닥 안에선, '어쩌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산가톨릭문인협회장 하창식(부산대 고분자공학과) 교수가 신앙산문집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푸른별 펴냄)를 출간했다. '어쩌다'라는 수필도 이 책에 있는 글이다.
30여 년 전 학위 논문 쓰는 일로 극심한 부담과 갈등을 겪던 KAIST 석사 과정 청년 하창식은 무심코(그러니까 '어쩌다'이다) 들어선 신당동성당 안마당에서 성모님(성모상)을 만난다. 평안, 가슴 벅참, 희열 그리고 이어진 작은 기적.(수록 글 '오묘하신 하느님' 중) 그 뒤로 청년은 하느님을 알게 되고, 삶 속에 감사한 것이 정말 많은 독실한 천주교인이 되었다. 천주교 부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도 지냈다.
그에게 '어쩌다'는 없었다. 하느님의 이끄심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오래 전 가난한 제자 ㄱ군에게 한 학기 등록금을 빌려준 적이 있다. 10년 뒤 100만 원 권 수표가 한 장 든 감사의 편지가 온다. 물론 ㄱ군이 보낸 것이다. 하 교수는 여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10만 원을 보태 110만 원을 ㄱ군에게 반송한다. 그러면서 스승의 길을 자문한다.('훌륭한 스승을 꿈꾸며' 중) 고백과 기도, 감사가 가득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