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사랑 글 잔치
김임순 안젤라
토현성당 · 시조시인
2009년, 부산가톨릭문인협회에서 시작하게 된 ‘주님 사랑 글 잔치’는 올해 14회를 맞이했습니다. 부산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하고, 회원들이 함께 방문하여 그들을 위로하고 시상식을 겸하는 글 잔치가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글들은 한결같이 예수님, 성모님 그리고 낳아주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자신의 뜨거운 고백이었고 참회의 눈물이었습니다. 침묵 중에도 섭리하시는 하느님은 역시 용서의 하느님이십니다. 신앙의 힘이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지난 6월 12일 시상식을 위해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 12명은 상장과 위문품을 들고 부산교도소 내 엠마오 공소를 찾았습니다. 보통의 관공서와 달리 긴장감을 안고 찾아간 그곳. 넓은 뜰엔 석류나무의 붉은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었고 노랗게 익어가는 살구도 햇살에 단맛을 익혀내고 있었습니다. 유월의 신록은 우거져 가고 주변은 고요한데 새소리만 높았습니다. 철저한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치고 몇 개의 문을 지나 다목적 강당에 안내되었습니다. 앞에는 제대가 차려져 있었고 푸른 옷을 입은 많은 형제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었고 성가 단원복을 입은 성가대의 시작 성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반주자까지도 그곳의 형제분들로 구성된 성가대라고 하여 놀랐습니다.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으로 시작되는 특송 <태양의 찬가>는 아름다운 가사와 화음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이어서 시상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상자를 대표하여 자작 수상작 낭송을 위해 앞으로 나서는 젊은 형제가 잔잔한 음성으로 낭송할 때는 모두가 숙연해지며 그 형제의 절절한 사연과 진솔한 고백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때 하느님을 만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는다면 처방전이 되는 문학 활동의 공헌은 매우 높다 하겠습니다. 부산교구 교정사목의 큰 성과도 눈에 보였습니다. 문인들의 축하 시 낭송과 특송이 이어지는 글 잔치도 끝이 났습니다. 많은 생각과 감정이 출렁거렸던 시간과 푸른 옷의 그들을 그곳에 두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문은 다시 닫혔습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그 안에 두고 온 형제들을 위하여 기도할 때입니다. 하느님을 만나 새사람 되어 어서 돌아오라고. 닫힌 공간에서도 성가를 부를 수 있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여 상을 받는 기쁨을 누리는 일 모두가 주님의 위로와 사랑이었습니다. 우리 협회는 개인의 창작을 넘어 소외된 곳에 봉사하며 문학을 통한 주님 사랑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유월, 닫힌 창들이 열리는 여름! 우리 마음도 열어 두고 더없이 짙어가는 신록을 보며 내 삶도 뒤돌아보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