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얼굴

가톨릭부산 2025.06.11 14:06 조회 수 : 6

호수 2874호 2025. 6. 15 
글쓴이 조영만 신부 


하느님의 얼굴 
 

조영만 세례자요한 신부
부산가톨릭의료원 기획실장


   故 서공석 신부님의 선종 1주기를 즈음하여, ‘서공석 신부 추모 세미나’(2025.5.10. 분도수녀원)를 가졌습니다. 신부님을 사랑했던 평신도 신학자들이 모여 그분이 남기신 논문을 재해석하고 신부님을 통한 하느님 체험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가 소멸 되어가고, 하느님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는 세상 한 복판에서, 지금도 ‘당신의 이름을 묻는’(탈출 3,13) 이들 가운데 하나로서 마주하게 된 하느님의 두 얼굴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상선벌악’의 하느님의 얼굴이었습니다. 한국적 정서로 이해하기 쉬운 하느님이었고, 신앙교육에서 익숙했던 하느님이었지요. 상과 벌을 주시는 분이시기에, 두렵고 무서운, 심판자와 같은 하느님의 얼굴에서 자비와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들어야 할 것’과 ‘따라야 할 것’만이 남아버린 신앙이 기쁨이 되기란 어려웠지요. 그래서 하느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세상의 기준으로 서로 판단하고 단죄하는 일들이 빈번해졌고, 믿는다는 이들과 믿지 않는다는 이들의 경계 역시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에 우리는 하느님의 두 번째 얼굴을 만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 우리의 구원자로 고백하는 우리는 예수님이 알려준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살아가기로 마음 먹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며, 예수님 안에서 드러나신 하느님을 다른 얼굴로 만났기 때문입니다.

   ‘베푸시는 분’과 ‘섬기시는 분’으로!

   하느님은 베푸셨고, 예수님은 섬기셨습니다. 스스로 아버지 행세를 하지 않았던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아들(聖子)이었고, 마지막까지 ‘섬기러 온 자’였습니다. 이들의 사랑을 깨달은 그리스도인들은 <베풂과 섬김>을 통하여 아버지(聖父)의 생명을 제대로 누릴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지금도 당신을 아버지로 섬기는 사람들 안에 거룩한 영(聖靈)으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나만 옳은 세상 속에서도, 차이를 다양함과 풍요로움으로 여길 줄 알고 다른 이들을 형제요 자매로 섬기게 될 때, 비로소 하느님 뜻에 자신을 개방한 예수님의 실천을 나도 하게 되고, 마침내 이내 숨이 그분의 숨결이 되어 살아가는, 하느님의 세 번째 얼굴이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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