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36호 2017.0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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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영훈 신부 |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
이영훈 알렉산델 신부 /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쉬는 교우의 증가, 그리고 주일미사 참례와 각종 성사 관련 지표의 하락세는 이제 놀라운 사실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려는 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한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역사란‘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 하였습니다. 즉 과거에 비추어 현재의 문제를 이해, 분석하여, 미래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역사’라 하였는데, 혹시 지금의‘교회의 위기’,‘활기를 잃은 복음화’의 해법을 지난 교회 역사 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세기 초 가톨릭액션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비오 11세 교황님은 당시 노동관련 단체였던‘가톨릭노동청년회’(JOC)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교황님은 당시 교회의 위기 중 하나가‘노동 문제에 대한 교회의 미흡한 대처’에 있었음을 고백하십니다.“교회는 그 당시 노동자들을 잃었습니다.”라는 교황님의 성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회는 18세기 이후 급속도로 이루어진 산업화와, 그로 인해 발생한 참혹한 노동 문제라는‘시대의 징표’를 읽지 못하였고, 변화하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교회의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교회는 열악한 노동 현실에 놓인 노동자들에게‘인내와 기도’만을 강조하였을 뿐, 그들이 처한 노동 현실의 불의한 구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도, 안식처가 되어주지도 않았습니다. 교회의 이러한 오판은 노동자들이 교회를 외면하고 떠나게 하였습니다. 노동자들에게는 자신들의 현실 고통을 외면하고, 어깨를 내어 주지 못한 교회란, 그저‘짠맛을 잃은 소금’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복음의 기쁨』에서 지금의 복음화, 교회의 문제는‘나태함’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앉아 개인적이고 추상적인 신앙에 안주하는‘생명력을 상실한 복음’이 바로‘나태함’의 뿌리라고 지적합니다. 대신 교황님은‘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가‘가난한 이들’을‘복음의 중심’으로 삼고, 이를 통해‘가난한 교회’로 거듭남으로써 새로운 복음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복음화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아마도 비오 11세 교황님의 성찰처럼, 노동자와 그들의 노동문제를 외면했던 19∼20세기 상황을 되짚어봄으로써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그 출발의 열쇳말은‘현장’입니다. 고통이 있는 현장, 희망을 잃은 이들이 주저앉은‘그곳’이 지금의 위기를 넘어 새롭고 활기찬 복음화와 교회의 쇄신과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출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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