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오늘은 주님의 승천 대축일입니다. 승천은 말마디 그대도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뜻입니다. 복음서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40일 이후에 제자들을 떠나 하늘로 오르셨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승천을 예수님이 지상을 떠나 지구 대기권을 넘어 우주의 어떤 공간 속으로 가신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 사도행전을 보면, 예수님이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고 전합니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고, 사람들의 눈에서 숨어 버렸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숨어 계시는 하느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주님 승천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는 말은 예수님은 인간의 눈과 귀, 인간의 경험과 지혜 너머에 계신다는 뜻입니다. 주님은 보이는 것을 넘어서 계시고,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것 너머에 계십니다. 주님은 보여지는 것들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이루어 놓은 것, 내가 쌓아 올린 것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좀 더 해방될 수 있을 때, 우리는 주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영적인 눈, 신앙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영적인 눈, 달리 말하자면 영적인 깨달음은 성령을 통해 이루어 집니다. 이제 우리 위에 성령이 내려오시면 우리가 영적인 눈을 뜨게 되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으시고 숨어 계시는 분이라는 신비를 묵상해보면, 주님께서 어떻게 일을 하시는지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중에도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면서도 그것을 본 사람들에게 함구하라고 명하십니다. 예수님은 눈에 보여지는 방식으로 그리고 당신을 드러내는 식으로 일하시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이 혼돈의 세상에서 하느님은 왜 드러나시지 않는가? 이 불의한 세상에서 하느님은 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지 못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이런 질문은 주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전쟁과 폭력, 온갖 죄와 악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멸망하지 않는 것은 숨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나 조용히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통해서 숨어서 일하시는 주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저의 부족함이나 불찰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또한 사제로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관용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역시 자기 인생에서 이루어 낸 성과와 성취 역시 조용히 기도하는 분들의 덕분임을 우리 인생에서 깨달어야 합니다. 실상 가장 위대한 성인들은 조용히 숨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승천하신 주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의 가장 깊은 곳,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 숨어서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영적인 눈을 떠서 우리 안에 숨어 계시는 주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성령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다음주까지 성령께서 우리에게 내려오시도록 간절히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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