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당신의 사랑과 연대는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에 영원히 있습니다.(4/21)
[ 머리글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2025년 노동절 담화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창세 4,9)
노동절을 맞이하여, 1987년 1월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박종철 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인권 회복 미사 강론)라는 성경 구절을 빌려 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외치셨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강론이 새삼 떠오릅니다. 추기경님의 말씀은 불의한 죽음에 대하여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던 당시 사회를 일깨우고, 그로 말미암아 깨어난 시대의 양심은 우리 사회를 민주화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노동 현장에서도 이제 우리의 양심이 모두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양심적 연대’로 열악한 노동 현장 속 부조리를 많이 개선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기만 합니다. 정치의 영역과 달리 노동 현장에서 정의 실현은 너무나 더디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주장과 연대는 점점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는 어디에서 비롯하였을까요? 저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양심의 무뎌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윤과 성공만 좇는 성과주의, 이기주의, 물신 주의, 그리고 여기에서 생겨난 차별과 배제의 태도는 어느 순간 ‘삶의 정당한 방식’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자본과 노동의 갈등을 넘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구분하는 ‘새로운 계급화’를 받아들일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생겨나는 불평등과 인권 침해도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여기에다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문화까지 결합하여 기업과 나라의 발전을 꾀하는 데에 일부 노동자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비인간적 경제 독재”(「복음의 기쁨」, 55항)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나이 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복음의 기쁨」, 53항)라며 한탄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은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참담한 모습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여러 혜택을 받는 외국인 투자 기업의 여성 노동자들은 450일 넘도록 불탄 공장 옥상에 올라가야 하였고, 천문학적인 영업 이익에도 손수 만든 ‘철 감옥’에 자신을 밀어 넣었던 조선소 하청 노동자는 다시 30미터 철탑 위에 서야 하였습니다. 이들은 수많은 다른 노동자처럼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경제적 법적 제재와 무관심이었습니다.
물류 창고와 거리, 건설과 산업 현장에서는 무더위와 추위, 살인적인 노동 시간과 허술한 안전 조치 등으로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2010년 뜨거운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20대 노동자의 죽음은 15년이 지나 또 다른 20대 계약직 인턴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부 유출과 일자리 탈취의 주범으로 혐오하던 이주 노동자를, 기존의 차별과 혐오의 문화는 아직 해결하지 않은 채 저출산이 불러온 부족한 노동력의 대안으로, 다시 말해 오직 경제 성장을 위한 ‘노동력의 대체 부품’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 위기와 인공 지능(AI)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 변화 속에서도 노동자의 미래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경제는 이윤만이 아니라 도덕성의 요구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331항 참조). 기업은 소수의 이익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호하는 관점에서도 경영해야 합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281항 참조). 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한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생태적 관점에서도 경영해야 합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340항; 『찬미받으소서』, 141항 참조). 그렇게 할 때에 기업은 도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윤 추구와 도덕성이 조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습니다(사목 헌장, 8항 참조).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양심에 충실함으로써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사목 헌장, 16항 참조).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주신 양심은 보편적 진리와 공동선과 정의를 추구함으로써 세상을 “인간다운 사회”(『간추린 사회 교리』, 134항)로 바꾸어 줍니다. 그러나 양심은 동시에 끊임없이 가꾸고 돌보아야 하는 대상으로, 개인과 사회의 양심이 무뎌지면 우리 사회의 불의는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무뎌진 양심의 퇴행은 결국 정치 영역뿐 아니라, 경제 영역 특히 노동 안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더욱더 구조화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가장 가난한 노동자, 비정규직-하청, 청(소)년-노인, 여성 그리고 이주 노동자 등에게 큰 고통과 피해를 줍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공권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주요합니다. 국가가 ‘도덕적 양심’을 바탕으로 경제와 노동 정책을 수립하고, 노동자를 온갖 피해에서 보호할 때 우리 사회를 더욱 인간다운 사회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337-339항 참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 나머지 아벨을 죽인 카인의 무딘 양심은 동생의 죽음에 모르쇠와 무책임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양심을 잃어버린 인간과 사회와 경제는 정의와 사랑이 아니라 불의와 불평등과 적자생존만 있을 뿐입니다. 양심이 없는 비도덕적 경제 사회에서는 ‘돈’만 살아남을 뿐 노동자, 아니 인류 전체는 모조리 없어져 버릴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너의 형제 노동자는 어디 있느냐?”는 이 시대의 물음에 정직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수호자 성 요셉,
노동자와 그의 가족 그리고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25년 5월 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 선 태 주교
[노동사목이야기]
< ‘단속’ 이라는 공포 - 보호받지 못하는 생명들 >
편 집 부
최근 법무부는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23~’27)"에 따라,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77일간 대대적인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민생 보호, 체류 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이 앞세워졌습니다. 갑작스럽고 위협적인 단속에 이주노동자들은 두려움에 도망치다 생명을 잃거나, 평생 회복이 어려운 부상과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마치 범죄자처럼 이주노동자를 몰아붙이는 방식은, 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31일, 인천의 한 공장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하려 나무 저장고에 몸을 숨겼던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2월 26일,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에서는 카자흐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폭력적인 단속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렸다가 1층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3월 26일에는 경기도 파주의 한 공장에서 에티오피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대형 기계 설비 안에 숨었다가, 기계가 작동해 오른쪽 발목을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최근 필리핀, 동티모르, 베트남 공동체의 친구들이 단속에 의해 붙잡히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그들 중에는 저희 센터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의료 지원을 받았던, 체불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싸웠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또, 공동체 안에서 신앙 활동을 성실히 이어가며 주변에 선한 영향을 주던 친구들이기도 했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강압적인 단속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두려움 속에 도망치다 큰 사고를 겪는 일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와 관련된 긴급 상담 요청이 늘어나고 있어 사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2022년부터 미등록 상태로 살아가던 동티모르 출신의 A씨는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어느 날 단속반의 급습에 놀라 도망치다 건물에서 뛰어내려 손목과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치료 중 그는 강제 출국 명령을 받았고,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 출국 유예를 신청해야만 했습니다. 지금도 A씨는 철심이 박힌 손목과 발목으로 통원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아기를 품에 안고 베트남 출신의 B씨가 센터를 찾았습니다. B씨는 출입국 단속을 피해 3미터가 넘는 담을 넘어 도망치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동생은 B씨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베트남에서 한국에 왔고,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단속에 놀라 무리하게 도망친 그는, 높은 담을 넘다 추락했고, 다리 부상과 척추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겨우 입원한 병원에서의 수술비는 수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두 차례의 큰 수술을 받지 않으면, 향후 걸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습니다. 보호자인 B씨는 막대한 빚을 지게 되었고, 입원 기간 내내 치료비 마련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동생은 충분한 회복도 하지 못한 채 퇴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B씨와 상담을 진행하는 매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는 늘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정부의 강압적이고 무분별한 단속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단속은 불시에 이뤄지기에 그 공포와 불안은 이주노동자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갑니다. 도망치는 도중 다치고, 숨는 곳에서 사고를 당하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제도적 지원 혹은 변화는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이 붙는 순간, 이주노동자의 삶과 안전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한국 사회는 필요에 의해 이주노동자를 불러들이고, 쓸모가 다하면 그들을 외면하며 ‘불법’이라 낙인찍습니다. 건설현장, 농어촌, 공장, 식당 등 수많은 곳에서 이들의 노동이 없어지면 우리의 일상 역시 멈추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 있으며, 인정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고, 오로지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만 바라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단속이 아니라, 더 촘촘하고 따뜻한 인권적 제도입니다.
그들이 왜 그 지점에 내몰렸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가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그 답은 법과 제도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선과 태도 속에도 들어 있어야 합니다. 추락한 이주민의 몸은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우리가 외면한 책임의 무게이며, 이 사회가 놓친 인간의 존엄입니다. 근원적인 결함에 대한 고민 없는 일방적 단속은 무책임합니다. 이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오로지 개인에게만 그 책임과 고통을 전가시킵니다. 사람을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사람을 실적의 대상이나 단순한 노동력 정도로 취급하여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조금 더 가까이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섣부른 편견과 혐오에 앞서, 먼저 그들과 이웃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청해봅니다.
[노동과신앙]
<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사 >
이 영 훈 (알렉산델) / 부산본부 본부장신부
“Buona sera.”
약 12년 전 저녁, 바티칸 광장에 부드러운 이탈리아어 인사말이 퍼져나갔습니다. 새 교황의 첫 음성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라는 교황 이름을 들었을 때도 매우 놀라웠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첫인사말은 저에게는 충격적이었고,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즉시 그가 어떤 여정을 걷게 될지를 직감하였습니다. 권위가 아닌, 한 명의 사목자로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직접’ 만날 거라는 그의 마음이 순간 저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저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람페두사’. 가난과 폭력을 피하려 지중해를 건너던 중 사망한 난민들을 찾아갔습니다. 그 외에도 그는 노숙인들을 식사에 초대하기도 하였고, 내전 중이던 지도자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세월호 가족들과 위안부 할머니들 그리고 당시 다양한 이유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는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우리 사회 안에 이렇듯 ‘고통과 슬픔’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인간을 향한 무관심’이라고 보았습니다. 무관심의 장벽은 단절과 배척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존엄한 인간 존재조차 “가난한 이들, 장애인, 태아처럼 아직 쓸모없는 존재”와 “노인처럼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를 구분하고 마치 그들을 음식물처럼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었다며 한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배척의 대상에는 노동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교황은 잊지 않고 깊이 슬퍼합니다.
“일터에서 죽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동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일터의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전제로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진정한 재산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노동 공동체도, 기업도, 경제도 없습니다.”
(이탈리아 건설협회 대표단 예방 중. 『VATICAN NEWS』. 2022.1.20.)
안전보다는 더 많은 이익을 위해 매일 5~7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도 뉴스거리가 되지 않거나, 대형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금방 잊어버리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우리 사회에 교황의 호소는 공허하게만 느껴집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노동자들, 모든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호소에 나의 목소리를 보태는 이유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임금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심하게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 호소에 나의 목소리를 보탭니다.” 『경향신문』. 2020.5.7.)
우리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이바지하는 이주노동자, 심지어 미등록(불법) 노동자의 역할은 결코 무시되거나 평가절하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쓰다 버리는 소모품도, 우리의 국부(國富)와 일자리를 빼앗는 이들도 아닌, 우리가 가길 꺼려하는 농촌과 바다, 그리고 작업장에서, 열악한 환경 안에서도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더 나아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인내하고 노력하는 우리 이웃입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가 <모든 형제들>에서도 말했듯이, 어떠한 집단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현재의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을 ‘또 다른 이웃인 이주민과 난민’으로만 지목하여 ‘혐오’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인권이 파괴되고 있음에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도록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생존 경쟁이 오히려 정의롭고, 당연한 것으로 설파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경제모델을 철저히 반대해 온 프란치스코에게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을 그저 이윤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착취하는 시대의 흐름은 결코 받아들일 수는 ‘죄악’입니다.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모든 시도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희망하는 세상을 우리에게 소개합니다.
“우리의 경제 사회 체제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만들지 않고 한 사람도 저버리지 않을 때에만, 우리는 보편적 형제애의 축제를 경축할 수” 있습니다. (『모든 형제들』. 110항.)
선종 하루 전 부활 미사 때, 휠체어에 의지한 채 광장에 온 교황은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보냈습니다.
“Buona pasqua” (기쁜 부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정의 출발과 도착은 역시나 ‘인간’, ‘위로가 필요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께로 돌아갔지만, 그의 모범과 우리의 과제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걸어가야 하며, 가장 손을 내밀어야 할 곳은 어둠 속에서 불안해하고 슬퍼하는 ‘우리의 형제와 자매’입니다. 그들에게도 부활의 기쁜 인사가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전달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어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현장이야기]
< 4.28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 >
김도아 (프란치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만화영화, <심슨가족>을 알고 계신가요? 1993년, 심슨가족 중 ‘바트’라는 인형을 생산하는 태국의 한 인형공장에서 불이 났고 이곳에서 일하는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당시 이 인형완제품은 꽤 고가였고, 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여성이 많았는데 여성노동자들이 이 인형을 훔쳐갈 것을 우려했던 회사가 공장의 문을 잠궜기 때문에 불길을 피할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3년 후 UN의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 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국제자유노조연맹 대표자들이 태국 인형공장 화재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선진국 어린이들의 꿈이 담긴 장난감에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피와 죽음이 묻어있다.” 라고 말하며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4월 28일이 ‘세계 산재노동자추모의 날’로 지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1988년부터 산재예방과 직업병 관련 투쟁을 해오면서 4월 28일 국가기념일 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작년 9월에 와서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통해 4월 28일을 [산업재해근로자의 날]로 지정했고, 올해 첫 번째 국가기념일을 맞았습니다.
30여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위험한 리튬전지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비상대피로가 없어 23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아리셀이 그렇습니다. 방화문도 스프링클러도 화재감시자도 없는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반얀트리호텔 화재 또한 그렇습니다.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이로 인한 트라우마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저희 상담소는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에서 함께 활동하며 4월 한달동안 산재사고로 병들고 다치고 사망한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지난 4월 24일 반얀트리 화재참사 관련 기록과 기사를 정리하고, 현장 노동자들을 인터뷰하여 ‘반얀트리 화재참사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발표회를 가졌습니다.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일어난 사고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기록을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4월 28일, 2025년 중대재해 사진전과 함께 부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했습니다. 올해의 최악의 살인기업은, 무리한 공사 진행 및 소방안전 관련 의무를 다하지 않아 6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27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반얀트리 화재참사를 낳은 삼정기업과 삼정E&C, 그리고 발주기관으로 원청이 해야할 관리감독의 책무를 다하지 않아 5명의 노동자를 중대재해로 사망하게 만든 부산광역시가 선정되었습니다. 기업은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목적을 위해 일하지만,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야하는 의무를 소홀히해서는 안됩니다. 행정부는 보다 촘촘한 업무수행 및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바자울 글에서 유독, 산재사망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하게 되곤 합니다. 이는 산재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한사람의 노동자가 사망한 일이 아닌, 한 가족이라는 우주가 하루아침에 파괴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가 기업이 지켜야 할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면 이것은 기업이 이윤의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여 발생한 ‘기업살인’이기 때문입니다.
4월 28일,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 누군가의 가족인 우리의 이웃의 행복을 위해 더 이상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다치거나 병들거나 죽지 않는, 기업의 이윤보다는 노동자들의 생명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 일과 시선 ]
<평화> 노동은 역사의 원동력입니다. 고공 위의 노동자들의 절규는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눈물입니다.
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 부산·양산·울산 공동체 성지순례 (04/06)
지난 6일, 부산·양산·울산 세 공동체는 전주교구에 위치한 치명자성지와 전동성당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총 4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여한 이번 순례는 믿음 안에서 하나 되어 하느님의 은총을 되새기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첫 순례지인 치명자성지에서는 각 공동체별로 모여 형제애가 넘치는 점심 식사를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식사 후에는 성당 안에서 성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이어지는 자유 시간 동안 성지 곳곳을 방문하며 묵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 잠시나마 전통문화의 정취를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뒤, 마지막 순례지인 전동성당으로 이동했습니다.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였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길고 먼 여정이었지만, 모두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고, 순례의 은총 속에 하나 된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울림을 남긴 순례였습니다.
▶ 부산이동노동자지원센터 배달노동자 선전전 (04/14)
부산이동노동자지원센터 도담도담과 함께 사상역 일대에서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에 대한 안전 체계 구축을 위한 선전전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3월, 서울의 도로 위에서 배달노동자가 갑작스럽게 꺼진 도로 아래로 추락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 인근에서 2주 전부터 바닥이 갈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조치는 없었습니다. 위험은 예고되어 있었고,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이었기에 더욱 비통합니다. 부산 사상역 일대에서도 싱크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는 트럭 2대가 대형씽크홀 아래로 추락했고, 올해 2월, 부산시는 차수 공법 부실과 폭우를 원인으로 지적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또 다른 싱크홀이 발생했습니다. 무너진 것은 땅만이 아닙니다. 매일 도로 위가 일터인 수많은 배달노동자, 시민들의 안전이 함께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점검과 예방을 위한 대책입니다. 더는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야 움직이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됩니다.
▶ 파스카 성삼일 & 주님부활대축일 미사 (04/17~20)
부산 영어공동체와 베트남공동체는 파스카 성삼일을 거행하여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이 열정적인 하느님의 모습을 전례를 통해 온 공동체가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감을 깊이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성 목요일, 발 씻김 예식과 예수님이 수난의 길로 들어서는 성체를 수난감실로 모시는 행렬에서 공동체는 침묵 속에서 묵묵히 예수님의 발걸음에 함께 동행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함께 깨어 기도해 달라”는 부르심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그 부르심에 응답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성 금요일에는 예수님의 수난기를 함께 새기며 주님께서 매달리신 십자가에 함께 고개 숙여 경배하며 주님의 죽음을 기억하며 보냈습니다. 성 토요일 또한 예수님의 묻히심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부활을 갈망하며 보냈고 부활대축일 파스카 성야를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전례를 통해 체험했습니다. 빛의 예식을 통해 주님이 우리에게 부활의 빛으로 다가오심을 체험했습니다.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성경말씀을 통해 주님이 인간에게 주신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감을 이해 할 수 있게 되었고, 세례전례에서 세례 갱신식을 통해 부활의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을 하며 진정한 파스카의 의미를 새길 수 있었습니다. 부활 대축일, 공동체 모두가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며 기쁨을 나누었고, 부활선물을 나누는 따뜻한 교류 속에 부활의 기쁨은 한층 깊어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동티모르 공동체가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그 기쁨을 더했기에, 더욱 뜻 깊고 풍성한 부활 대축일이 되었습니다.
▶ 이 외 활동
4/1(화)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4/2(수)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집행위원회 /
노동사건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4/3(목)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4/6(일) 베트남 공동체 성지순례(부산,양산,울산) / 전주
4/8(화)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전국 노동사목 실무자 회의 / ZOOM
4/9(수)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살인기업선정식 준비팀 회의 / 노동해방 마중
4/10(목) 공공재생에너지토론회 /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노동사건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4/11(금) 노동사건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4/12(토) 주일학교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 연산성당
4/14(월) 배달노동자 선전전 / 사상지하철역
노동사건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4/15(화)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노동사건지원 / 부산구치소
4/17(목) 노동자건강권쟁취 릴레이 1인시위 / 부산고용노동청
의료지원 / 동아대학병원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회의 / 민주노총 부산본부
4/21~23(월~수) 노동사목 부산본부 엠마오 / 경주
4/24(목) 이주사목연대 회의 / 부오나
반얀트리 화재참사 진상조사 보고서 발표회 / 부산시의회 중회의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형사재판 공판 / 부산고등법원
4/26(토) 주일학교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 동래성당
4/27(일) 부산 베트남공동체 체육대회 / 삼락공원
4/28(월) 2025 부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부산시청광장
2025 중대재해사진전 / 부산시청광장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4/29(화)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 선전전/ 서면시장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주교단방문 / 꿀잠
4/30(목) 홈플러스 사태해결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 민주노총 부산본부
의료지원 / 남천가족보건의원
노동사건지원 / 부산구치소
노동해방 마중 출범식 / 민주노총 부산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