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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리더십트레이닝(2/16)


[ 머릿글 ]

< 우리 모두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자 >

차 광 준 (다윗) 신부 / 울산대리구 사회사목

가톨릭 교회는 해마다 211일에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기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25211일 제33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담화문을 발표하셨다. 담화문을 통해, “희망은 오히려 시련의 때에 우리를 강인하게 해 줍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오늘 날 고통 받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셨다. “우리 자신의 고통 외에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도우려 해도 도울 힘이 없다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때, 어떻게 우리가 힘을 낼 수 있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과 섭리, 그리고 성령의 선물인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우리들이 하느님의 손길이 되어 다가갈 때, 오히려 그 고통의 순간에 있는 이들에게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픈 이들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자신의 병을 주님을 만나 뵙는 기회로 여길 수 있게 도우라고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것입니다. 실제로 병들었을 때 우리는 육체적 심리적 영적 측면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 인간의 고통을 함께 나누신 하느님의 친밀함과 연민을 경험합니다.” 울산대리구에서는 특별히 질병으로 고통 중에 있는 이웃들을 돌보기 위한 의료지원사업으로서 ·소금 의료지원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울산 지역은 공업도시로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이다. 공업 현장은 고강도, 고위험 현장이 많아, 많은 이들이 사고와 질병에 노출 되어 있다. 특히나 최근 울산 지역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의료 복지가 많이 요청된다. 우리 나라는 건강보험 선진국으로서 의료 접근성이 아주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에게는 특히나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는 의료적 돌봄이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따라서 울산대리구는 사고와 질병 속에 고통 받고 있는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손길이 되어 주는 의료 복지 활동으로서 ·소금 의료지원운동을 펼쳐 나가며, 그리스도교 정신을 사회에 실천하고 있다. ‘·소금 의료지원운동5년의 기간 동안 2,371명에게 6,712, 1,135,361,591원의 의료비를 지원하였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39,552, 1,024,923,272원을 후원해 주신 후원자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는 정기 희년으로서 자비와 참회 활동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의 삶의 질 자체를 위한 사업들을 지지함으로써, 희년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울산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주는 ·소금 의료지원운동에 참여 함으로서 정기 희년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형제자매들에게 그들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난다는 의미로 울산대리구 사회사목은 노동사목과 협력하여 ·소금 의료지원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펼쳐 나가고자 한다. 바자울 독자 여러분들에게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 드린다.

[노동사목이야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

전 주 현 (율리안나) / 부산본부 노무실장

[산업재해보상보험법] 1(목적) 이 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목적은 위와 같이 명시되어 있으나 실상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안전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제도적인 허점과 절차의 지연으로 노동자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까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수반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약 5년 근무한 베트남 노동자가 추간판탈출증, 척추협착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수술 후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신청하였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20245월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했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재해조사에만 약 4개월, 특별진찰(근골격계질병 산재사건에 대한 신체 부담 업무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만든 제도) 대기기간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 진찰 후 질병판정위원회(근로복지공단 등의 기관에서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하는 위원회)의 논의 및 심사를 받는 과정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했습니다. 실제로 법에서 명시한 산재 처리기간은 7일이지만,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작년 3월 기준 업무상 질병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235.9, 심지어 업무상 사고도 평균 17.5일이 걸리고 있습니다.

긴 대기기간으로 해당 노동자는 생계와 건강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오래시간 고강도의 일은 할 수 없기에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겨우 유지하고, 본국 가족에게 생활비도 송금할 수 없어 가족들의 생계도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문제의 핵심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재해를 입증하기 위해 피해자는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문서를 준비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요양급여신청은 이뤄졌으나 보험가입자(사업주)가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보호가입자 의견서를 공단측에 제출하지 않으면 처리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또한, 특별진찰 과정에서 대기인원이 많아 처리 속도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절차를 간소화하여 행정적인 처리 시간을 단축해야 합니다. 또한, 특별진찰 및 심사를 담당하는 의료진과 행정인력을 확충하여 대기시간을 줄이고, 심사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현재 진행 상황과 예상 처리 기간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피해자의 불안을 줄이고 신뢰를 높여야 합니다. 질병판정위원회는 심사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하여 판정의 공정성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승인 지연으로 생계가 어려운 피해자들에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공단 차원의 공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절차의 지연과 복잡성, 비전문성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없다면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입니다.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본래의 목적을 실현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주사목이야기]

< Leadership training >

유 동 현 (마르코) / 부산본부 노무팀장

봄의 기운이 슬슬 나타나는 216, 부산 동티모르, 부산, 양산, 김해 영어공동체 연합으로 양산 영성의 집에서 리더십 트레이닝 행사를 하였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하느님 안에서 평화와 행복을 나누었으며, 분주하게 시간이 흘러갔지만, 서로를 챙기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애틋함이 드러나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프로그램에서 몸풀기 일환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진행했습니다. 첫 게임 탁구공 옮기기는 일회용 숟가락을 입에 물고 숟가락만을 사용하여 공을 서로에게 옮겨 목표 지점에 많이 놓는 팀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팀원들이 큰 무리 없이 많은 공을 넣어 단합력을 엿볼 수 있었고, 즐겁고 기쁘게 참여하는 모습에서 공동체의 평소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두 번째 게임은 출발점에서 고깔을 쓰고 과녁 한 가운데 지장을 찍는 게임이었습니다. 고깔의 구멍이 작아서 목표 지점이 잘 보이지 않아 천천히 혹은 엉뚱한 곳으로 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응원하는 이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각 게임의 우승팀에게 간식을 증정했고, 함께 사이좋게 나눠주고 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다음 프로그램에서는 각 공동체가 마지막 파견 미사 때 부를 성가를 미리 준비하여 함께 선보이고 가르쳐 주었으며, 언어권이 다른 공동체의 문화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해공동체의 <Servant song>은 우리가 예수님을 본받아 어디에서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좋은 노래였습니다. 양산공동체는 <Shine jesus shine>mr과 기타의 연주를 적절히 섞어 노래를 신나게 불러 주었고 이에 부산공동체는 율동을 통한 몸짓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동티모르공동체가 부른 <Hau Timor Oan>를 들으며 동티모르 공동체를 보호하는 하느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유의 기품 있는 단조 풍의 노래가 동티모르의 역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영성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기 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먼저 떼제공동체에서 진행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점심식사 후 졸음이 노곤하게 왔지만 그 졸음조차 하느님이 주시는 평안한 안식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간단한 성경 말씀과 성인들의 말로 구성되어 반복하며 부르는 떼제노래에서, 기도 중에 선포되는 성경 말씀과 침묵 속에서, 말씀하시는 그분의 목소리에서, 기도가 필요한 곳에 마음을 모으는 전구기도에서, 그리고 십자가에 자신의 손과 이마를 맞대며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 우리의 마음을 의탁하며 드리는 기도에서 하느님과 대화하는 방법을 미약하게나마 배우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거룩한 독서라고 불리는 렉시오디비나 프로그램을 통해 하느님께서 성경을 통해 말씀하심을 듣고, 하느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느님께 편지를 적으며 공동체 리더들은 봉사로 부르시는 그분의 손길을 경험하였고 감정에 북받쳐 중간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리더십 트레이닝의 피날레인 파견 미사에서 신부님께서 공동체 리더들에게 펜던트를 걸어주며 한 해 동안 공동체의 대표로서 성실히 임할 것을 전하며 안수를 해 주었습니다. 미사 후 다 같이 펜던트를 들고 단체 사진을 찍는데 환히 웃는 그들의 모습이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여러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기에 잘 될까? 실수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었으나 어려움이 쉽게 해결되어 모든 일을 하느님께 맡기고 편안히 즐길 수 있음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각 공동체 임원진이 하느님의 은총과 안배 안에서 좋은 공동체를 꾸려나가길 진심으로 기도하고, 노동사목도 그 길에 동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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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향한 눈빛]

<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젬마 수녀님 인터뷰 >

편 집 부

1. 주일에 항상 노동사목 센터로 오시는 수녀님~ 누구신가요!?

현재 하는 활동과 함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42월부터 엠마오의 집 소임을 맡은 예수성심전교수녀회 한영주 젬마 수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주노동자 소임이 처음이라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에서 편찬한 책으로 공부하고 있고요, 주일에는 보시다시피 노동 사목 식구들과 함께하며 사상 노동사목으로 미사 드리러 오는 이주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2. 엠마오의 집에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이주민이 있었나요?
, 지난 8월에 머물다 떠난 예멘 국적의 청년이 기억에 남네요. 지금 이 청년은 난민 지원센터와 연계하고 있어요. 한국 실정과 견주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청년은 자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더라고요. 유학비자에서 난민 비자로 변경을 신청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타국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에 계속 머물며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안타까움과 염려로 계속 기도 중에 있어요.

3. 주일마다 노동사목 센터 오셔서 이주민들을 만나면서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을까요?

그리고 매주 미사를 함께 봉헌하면서 드는 생각이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가족 중심의 전통을 지닌 필리핀과 베트남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생활비를 보내며 고생하는 모습들에 마음이 짠합니다. 특히 필리핀은 친척까지 책임지고 있는 사례들이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미사를 이들과 함께 봉헌하면서 드는 생각은 대한민국의 일제 강점기와 1950년대 이후 고국을 떠나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애환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주민들의 고국이 건강한 정책으로 안정이 되어 이들이 자기 나라에서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신부님들과 수녀님, 실무자 선생님들, 봉사자들 너무 존경합니다. 그 열정적인 모습에 매 주일 저는 감동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주는 곳이다 보니 그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5. 수녀님을 뵐 때마다 활기가 돋고, 평온함을 많이 느낍니다. 수도생활을 하시면서 분명 고충 이 많으실 듯한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좋은 일은 말할 것도 없고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도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있다고 여기면서 어려움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있어요. 개인기도 시간을 조금 더 많이 할애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성체조배와 십자가의 길, 삼종기도와 묵주기도 같이 기본적인 신심 생활에 시간과 정성을 쏟지요.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땐 나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좀 더 돌아보고 성찰하는 편입니다.

6. 수녀님이 요즘 즐겁게 읽고 있는 책, 혹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혜로운 분별력과 타인과 세상을 위한 공감 능력 향상, 그리고 건강한 나눔(베풂)을 하기 위해 <성경><준주성범>은 매일 기본서로 읽고 있어요. 영성, 심리, 경제 서적들을 분기별로 읽고 있습니다. 특히 <준주성범>은 제2의 성경처럼 여기고 있지요. 권하고 싶은 책이고 관상과 내면 쇄신의 좋은 길잡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서 <생활 속 심리 이야기 1~6>도 추천해 봅니다. 내면을 살피는 독서 명상과 생활 수행의 책으로 괜찮다고 여깁니다.

7. 수녀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성경말씀으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

그를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 레위 19,34

우리 모두는 어디선가, 그 누군가에게는 이방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불편하고 꺼려지는 부분들이 있지만, 예수님의 연민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국정부도 한국사회의 노동현실을 받아들이며 자국민과 이주노동자들 모두에게, 그들의 귀한 노동의 값을 정당하게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노동을 향한 눈빛]

< 영원한 행복 >

김 도 아 (프란체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지난 224일 금요일 오전 10, 기장군에 위치한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1층에서 발생한 불길은 삽시간에 3층까지 넘실댔고, 각종 자재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순식간에 현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공사현장 전체에 걸쳐 일하던 800여명 중 대부분은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왔지만, 지하에서 일하느라 화재상황을 잘 몰랐던 6명은 대피를 위해 공사장 밖으로 이동하던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40대부터 60대까지, 누군가의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였던 작업자들은 영원히 퇴근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느닷없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황망한 사고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사고이유도 사망원인도 알지 못한 채 장례부터 치르고 합의하자는 회사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안전수칙은 제대로 지켜졌는지, 대체 왜 우리 가족은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이상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가족의 부검에 동의해야하고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에 답해야 하는 일이 쉬울 리 없습니다. 사고수습 진행상황에 따라 장례지원 및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시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던 부산시는 며칠 만에 말을 바꿔 사망자가 10명 미만, 사상자가 30명 미만이라서 분향소를 설치할 수 없다고 말해 유가족들의 슬픔을 배가시켰습니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20241219일에 이미 사용승인(준공)을 받았습니다. 준공이란 건축물이 설계 도면과 관련법에 맞게 지어졌는지 확인하고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인정하는 행정절차입니다. 준공이 이뤄졌다는 것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는 사고파는 거래도, 누군가 들어가 사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공사가 마무리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준공 후 인테리어 마무리공사나 보강공사 등은 가능하겠지만 8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된것은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았음에도 사용승인이 날림으로 통과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동 건물의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 역시 지난해 1216일에 발급되었습니다. 소방시설 자체점검기간 중 발생한 이번 화재는, 이 기간 중 어떤 점검이 이뤄졌는지, 화재발생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유가족은 시신에서 물에 젖은 흔적을 찾을 수 없음을 근거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소방관계자는, 수신기의 신호기록을 토대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설치 및 작동되었음을 확인했으나 스프링클러와 연결된 수도배관 밸브가 잠겨있어 화재 진압이 될 만한 소방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밸브를 임의로 잠근 것은 관련 법규 위반입니다.

늘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는 뒤늦게 가정을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모두 작동 됐다면,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 되었다면, 안전관련 법규가 제대로 지켜졌다면, 안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 모든 가정은 이제 무의미합니다. 이 무의미한 가정들이 유의미하게 변화시키려면,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엄중한 처벌을 통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부산시는 제대로 된 수사는 물론 황망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유가족들은 건설현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 내 가족이 죽어간 하나의 의미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유가족들의 피눈물나는 이러한 마음을 그저 행정적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노력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반얀트리라는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라고 합니다. 이 꽃말처럼 수많은 노동자들은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온 정성을 다하여 매일매일 힘든 과정을 견디어 나갔습니다. 이 건물을 통해 수익을 얻는 사람들, 이곳을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노동자 자신과 그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이들은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누군가는 이제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가족은 그들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이 건물은 아름답게 완성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을 통해 수익을 얻는 사람들과 이곳을 가족들과 함께 즐길 사람들은 오늘의 참사를 잊은 채, 그리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희생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불행은 잊은 채,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반얀트리’, ‘영원한 행복에는 숨진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초대받지 못할 것입니다. - 이영훈(알렉산델) 222일 기자회견 발언 중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반얀트리. 그러나 전 앞으로도 반얀트리 리조트를 지날때마다 슬픔으로 가득 할 것입니다. 돌아가신 모든 분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유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일과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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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위의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위한 희망뚜벅이들의 행진은

평화의 행진입니다.

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전국 노동사목 실무자 정기회의 (2/5)

매년 서울과 인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사목 실무자들이 정기적으로 교구별 활동을 공유하고 연대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1차 정기회의에서는 2025년 연간 활동계획에 대해서 논의하고, 지역별로 연대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세 개교구의 노동사목이 함께 노력하여 올 한해에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실무자 역량강화 노동법교육 (2/19)

바자울소식지에서 <노동과 법>을 연재하고 노동상담 관련 법률자문을 맡아주시는 전시춘박사님을 모시고 자본주의와 노동법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노동사목의 실무자 뿐 아니라 사랑의 성모수녀회 수녀님들도 함께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노동법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돼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노동상담에서 실무적으로 필요한 근로기준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소 궁금했던 노동법 관련사항에 자문을 받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노동사목을 위해 항상 도움 주시는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노동법 관련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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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 활동

2/4()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2/5() 전국 노동사목 실무자회의 / 천주교주교회의

2/6() 노동사건지원 / 대한법률구조공단

2/11()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2/12() 서면시장 수요집회 / 서면시장

2/13() 노동사건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2/14()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2/16() 공동체 리더십트레이닝 / 양산 영성의집

2/17() 노동사건지원 / 부산출입국외국인청

2/18()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서면시장번영지회 중식 선전전 / 서면시장

심리치유모임 / 노동사목센터

2/19() 반얀트리 화재사고 유가족간담회 / 해운대백병원

노동법교육 / 노동사목센터

2/20() 반얀트리 화재사고 유가족설명회 / 부산환경공단

노동사건지원 / 김해

2/22() 반얀트리 화재사고 유가족기자회견 / 반얀트리 현장 앞

2/24()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2/25()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임시집행위 / 온라인(ZOOM)

2/27() 노동사건지원 / 고용노동부 부산북부지청

기획강좌 및 산재대응 회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바자울미사 / 노동사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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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바자울 소식지 2024 바자울 소식지 7월호 file 노동사목유동현마르코 2024.07.26 34
31 바자울 소식지 2024 바자울 소식지 6월호 file 노동사목유동현마르코 2024.06.17 27
30 바자울 소식지 2024 바자울 소식지 5월호 file 노동사목유동현마르코 2024.05.08 15
29 바자울 소식지 2024 바자울 소식지 4월호 file 유말구 2024.04.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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