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대 순교자 성지 교구 역사관 건립을 앞두고
교구장 손삼석 요셉 주교
우리는 지난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로 선포하신 그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날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광화문에서 전 세계 교회를 향해 124분의 순교 복자의 탄생이 선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는 우리 교구의 순교 복자도 두 분도 계십니다. 병인박해 시기인 1868년 9월 19일, 수영 장대에서 순교하신 이정식 요한(1794-1868)과 양재현 마르티노(1827-1868)입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이후 한국교회는 해마다 5월 29일을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기념일로 지냅니다. 사실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의 순교일이 12월 8일이지만, 이날은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이에 한국교회는 2019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 총회에서 윤지충 바오로 순교자가 속한 전주교구의 많은 순교자들이 치명하신 5월 29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순교자 현양을 위하여 성대하게 지내도록 결정한 것입니다.
우리 교구의 두 순교 복자의 묘는 오륜대 순교자 성지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성지에는 두 분 복자 외에,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순교의 칼을 받은 6위 순교자들의 묘가 더 있습니다. 이정식 요한의 아들인 이월주 프란치스코, 며느리인 박소사 마리아, 조카 이관복 베드로, 그리고 이삼근 야고보, 차장득 프란치스코, 옥소사 바르바라 순교자들의 묘입니다.
이에 부산교구는 교구 순교자 현양의 중심이 될 성지를 새로 단장하기로 결정하였고, 2023년 9월 2일 기공식 이후 ‘화해와 치유의 성당’과 ‘천주교부산교구 역사관’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당 차원에서의 봉헌, 그리고 여러 교우님들의 도움과 기도 덕분에 모든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천주교부산교구 역사관’ 건립과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수장고에 보관하고 전시할 자료와 유물의 확보입니다. 교구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유물이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러 교우님들의 도움을 구합니다. 개인이나 단체, 기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나 유물이 있으면 이번 기회에 교구 역사관에 기증해주시길 청합니다. 개인이나 기관에서 소장하는 것도 의의가 있지만, 귀중한 자료와 유물을 성지 내에 건립될 교구 역사관에 보관하고, 상설 혹은 기획 전시 등을 통하여 성지를 순례하는 전국 각지의 교우들, 지역사회 주민들과 전 교구민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한다면, 신앙 안에서 부산교구에 더 큰 은혜가 주어지리라 여깁니다.
여러분들이 기증해주시는 자료와 유물은 잘 간직되고 전시되어 교구 역사관뿐만 아니라 장차 우리 교구와 지역사회의 자랑거리이자 보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신 두 분 복자와 6위 순교자들께도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교구 역사관 자료와 유물 기증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립니다. 주님 안에서 늘 행복하십시오.
복자 이정식 요한과 복자 양재현 마르티노와 모든 순교자들이시여!
부산교구와 전 교구민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2025년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