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부곡성당 · 부산가톨릭대학교 미래설계융합학부 교수
40여 년 전, 당시로는 첨단 학문이었고, 취업이 100% 보장되는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여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해봤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한동안 방황한 적이 있었다. 소위 재수라는 것을 통해 다시 대학에 입학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대학 안에서 전과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전공을 바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공을 유지하면서 부전공 제도를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차마 재수나 전과할 용기는 나지 않아 취업이 보장되는 컴퓨터공학 전공은 보험용으로 유지한 채, 부전공에 승부를 걸어볼 요량으로 언론사, 광고 및 홍보회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신문방송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논리적 사고능력을 배양하고, 컴퓨터에게 일시키는 능력 향상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컴퓨터공학과의 수업과는 사뭇 다르게 신문방송학과 강의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신천지였다. 툭하면 오류 메시지를 내보내놓고 더 이상 동작하지 않는 컴퓨터를 상대하는 프로그래밍 수업은 당혹감을 넘어 공포를 느낄 정도였지만, 실제로 TV에서 봐왔던 뉴스 멘트와 광고 카피, 신문 기사를 소재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신문방송학과의 수업은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부전공으로 공부하는 필자와 신문방송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생들 간의 실력 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고, ‘과연 저들과 경쟁하여 좋은 곳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결국 부전공은 부전공으로 끝내고, 본연의 전공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 전공 공부를 계속 한 끝에, 한 때 포기하려 했던 컴퓨터 분야의 교수로 34년째 살아오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다가 필자 소속의 대학 홍보와 학생 선발 책임자를 10년 넘게 맡은 것은 신문방송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여겨 포기한 필자에게 있어 두 번째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대학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어떤 사안을 알릴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구성원마다 다르고, 방법을 개발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필자는 대학 시절 광고홍보학 담당교수님의 “홍보(PR : Public Relations)는 P할 것은 P하고, R릴 것은 R리는 것”이라는 말씀을 떠올리곤 했다. 이 하나의 원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참으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가톨릭교회가 지정한 주님 승천 대축일이자 홍보 주일이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주례사제의 말씀에 우리 모두가 “하느님, 감사합니다!”로 화답하는 것은 주님 부활과 승천을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는, 즉 홍보하겠다는 다짐이고, 이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속세에서는 P할 것도 있을 수 있겠으나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