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회의

주님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첫 성령강림 이후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초대 교회를 건설하게 됩니다. 이로써 그리스도교가 역사적으로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야고보 사도와 함께 예루살렘에서 유다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바오로 사도는 바르나바와 더불어 시리아의 안티오키아를 중심으로 유다인이 아닌 이방 민족에게 복음을 선포하게 됩니다. 사도들과 초대교회의 활동을 기록한 <사도행전>을 보면, 그리스도교가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 같지만, 실상 여러가지 어려움 앞에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의 모교회는 유다인들의 박해에 직면했습니다. 봉사자 스테파노가 순교하였고, 야고보 사도 역시 순교합니다. 베드로 사도도 옥에 갇힙니다. 반면에 안티오키아 교회에서는 유다인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모세의 율법을 지켜야 하는지를 놓고 다툼이 생깁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유다인들이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여러분을 구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하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는 예루살렘으로 찾아와 베드로 사도를 비롯한 다른 사도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됩니다.

이 사도회의의 결과는,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민족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지기를 원하셨고, 그렇기 때문에 유다인들의 율법과 전통은 복음의 본질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다인 아닌 다른 민족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일 때, 모세의 율법과 관습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율법을 지킴으로써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구원받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은 이러한 결정사항을 편지로 적어서 바오로와 바르나바 편으로 안티오키아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의 말미에 보면,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피와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를 멀리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할례를 비롯한 율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으면서도 마지막에는 우상에게 바친 제물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를 먹지 말라는 모세의 율법 조항을 지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항이 말하는 것은, 유다인 아닌 민족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될 때 유다교의 율법을 지킬 필요가 없지만, 반대로 평생토록 모세의 율법을 지키며 살아왔던 유다인 그리스도인들의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고 배려하라는 가르침입니다. 한마디로 유다인과 이방인이 평화로운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이방인은 형제애를 발휘해 유다인들을 존중하고 배려해 줄 것을 촉구한 것입니다. 이러한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결정은 서신 형식을 통해 안티오키아와 시리아와 길리기아에 있는 지역교회 공동체에 전달되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의 사도회의를 통해서 초대교회는 이스라엘과 유다교를 넘어서서 모든 민족의 교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제 유다인이나 어떤 특정 민족의 교회가 아니라 모든 민족, 모든 사람들의 교회가 됩니다. 그래서 사도들의 시대 이후에 교부들은 보편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카톨리코스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참다운 그리스도의 교회는 가톨릭 교회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가톨릭 교회는 하나인 교회이고 일치된 교회입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교회는 그리스도와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이고,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을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하나요 일치되어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똑같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늘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결정이 보여주듯, 서로 다르지만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하나가 되고 일치하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하나인 가톨릭 교회가 되도록 기도하면서, 오늘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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