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왔다.

가톨릭부산 2025.05.14 09:28 조회 수 : 0

호수 2870호 2025. 5. 18. 
글쓴이 김도아 프란치스카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사하성당 · 노동사목 부산본부 사무국장

 
   몇 년 전 어느 날, 설거지 봉사를 하시는 분이 그릇의 뒷면을 정성스레 닦는 모습을 보고 문득 ‘나는 그릇의 뒷면도 잘 닦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담는 안쪽은 물론이고 바깥면도 깨끗하게 씻어야 함이 당연한데, 나는 안쪽만 신경 쓰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습니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기쁜 면과 아쉬운 면이 늘 공존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세상의 앞면 - 밝고 기쁜 면들만 중요시하면서 어둡고 아쉬운 면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요?
 
   최근,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단속이 매우 강화되고 있습니다. 출퇴근길에 단속을 당하는 것은 물론,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도, 종교생활을 위해 성당이나 교회를 가다가도, 공장이나 집 앞에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단속에 잡히기도 합니다. 갑작스레 일터를 찾은 단속에 놀라 도망가다가 넘어지거나 떨어져 다치는 일은 다반사이고, 단속을 피하려 기계 안으로 숨었다가 갑작스러운 기계작동으로 발목이 잘리는 일도, 나무저장고에 숨었다가 그곳에서 숨졌는데 한 달이 넘어서야 그 시신이 발견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새 이주노동자 없이는 굴러가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계절노동자가 없으면 농산물 수확이 어려워 제철음식을 지금처럼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건설과 제조업, 어업 등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힘든 자리일수록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일을 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식당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필요에 의해 한국간호사를 불렀다가 필요가 없어지자 본국으로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당시 독일의 정책을 비판하며 ‘노동력을 불러왔더니 사람이 왔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비록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그들을 청했을지라도, 우리는 찾아온 ‘사람’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대하며 환대해야 합니다. 그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며, 그곳에 주님이 함께하고 계심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노동사목은 올해 36주년을 맞았습니다. 낮은 곳의 노동자들과 함께하려 노력하는 노동사목의 오늘은 이주노동자들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지난날의 우리가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 함께 할 미래에는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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