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70호 2025. 5. 18. 
글쓴이 권동성 신부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권동성 폰시아노 신부
흰돌공동체 주임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며, 제자들과 마지막을 나누는 스승의 애틋함을 담아 하나의 계명을 남기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예수님은 이 계명이 새롭다고 하십니다. 그 새로움은 사랑의 기준에서 비롯됩니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의 옛 계명은 ‘내 몸 같이’, 다시 말해 ‘내가 나를 위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기준은 ‘나’입니다. 하지만 새 계명의 기준은 더 이상 ‘나’가 아닌 예수님이시고,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어떤 사랑을 하셨을까요?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는 희생적 사랑이고,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거나, 희생적이고 조건 없는 사랑을 할 수 있는지요? 자녀나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계명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멍에는 편하고 짐은 가볍다고 하셨는데, 대단함이 아니면 지킬 수 없는 계명이라면, 다시 힘겹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사랑을 달리 찾아볼까 합니다. 예수님이 나병환자를 고쳐주실 때, 예리코의 두 소경을 고쳐주실 때, 과부의 아들을 되살리실 때, 그리고 빵의 기적에 앞서 군중을 보시며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당한 이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본 아버지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병자를 만나면 고쳐주시고, 군중을 가르치시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주셨습니다. 죄인으로 낙인찍힌 사람을 만나면 용서를 선포하시며 죄책감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가엾게 여기는 것’이 예수님이 군중을, ‘너’를 만나며 지니셨던 마음이셨고,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비록 자기 희생적 사랑은 어렵다고 해도, ‘가엾게 여기는 마음’은 가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가엾게 여길 때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손을 내밀 수 있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나에게 잘못했다고 해도 참아낼 수 있게 됩니다.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있으면 자신만을 바라보거나, 자신을 과시하거나 군림하지 않고 돌보아주는 섬김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것, 어쩌면 예수님처럼 ‘가엾게 여기는 마음’으로 형제를, 이웃을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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