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십자가에 매단 사람까지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묵상해 봅니다. 그분이시라면 상처와 모욕을 주거나 선의를 이용하는 이도 기꺼이 사랑하고 그에게 당신을 내어주시겠지요. 그 모습을 닮기란 얼마나 어려운가요. 그만큼 어렵기에 그분을 존경하고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르타 씨(가명, 67세)는 마음을 건네기 어려운 이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레 마음이 갑니다. “작년에 잘못된 선택을 했는데 생각대로 안 됐어요.”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받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쩌다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스무 살이 된 저를 다방에 판 분이죠.” 끌려갔던 그녀는 바로 도망쳐서 성당으로 갔습니다. 수녀님께 도움받고 본당에서 활동하며 조금씩 마음을 치유했지만, 시련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갈 곳이 없어서 집에 돌아갔어요. 공장에서 일하다가 결혼해 시부모님을 모시고 과수원 일을 했죠. 아들도 둘 낳았는데 남편이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어요.” 천식으로 숨이 찬 그녀는 잠시 쉬었다가 말을 잇습니다. “새어머니 권유로 아이들을 맡기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생활비를 보냈죠. 그런데 어머니는 제 아이들에게 ‘엄마는 너희를 버렸다’라고 말했답니다.” 그 말을 믿은 아이들은 지금도 마르타 씨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터에서도 고난은 이어졌습니다. “상사에게 몹쓸 짓을 당했어요. 그 시절에는 신고는커녕 당하는 사람이 죄인이 되는 분위기가 있었죠.” 모욕을 겪고도 생계 때문에 계속 일하던 그녀는 결국 해고됐습니다. 이직했지만 트라우마로 사회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안타깝게 여긴 동료가 누군가를 소개해 줘 재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남편은 빚이 많았고 폭력을 썼죠.” 결국 도망친 그녀는 친구와 식당을 차렸습니다. 손님은 꽤 있었지만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신장 장애가 생긴 그녀는 6개월간 입원해 식당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곧 투석을 시작했고 결핵, 천식, 당뇨, 고혈압, 협심증도 앓고 있습니다. 아픈 몸, 성피해의 기억, 식당과 병원비 부채로 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아들이 있어서 국가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토록 원망스럽던 새어머니의 집에서 눈치를 보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이가 예수님처럼 사랑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울까요.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런 마음을 권유하는 것이 오히려 실례일 것입니다. 수많은 아픔을 겪으며 살아온 마르타 씨가 이 세상에 발 딛고서도 주님 품에서 쉴 수 있도록, 사랑을 나눠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