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꼬미시움/꾸리아 훈화 천주교 부산교구 양산성당
금이 간 항아리
어떤 사람이 양어깨에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의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다.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반쯤 비어 있었다. 반면에 오른쪽 항아리는 가득 찬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주인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요청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간 나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것으로 쓰세요.”
그때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는단다. 우리가 지나온 길 양쪽을 바라보아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에는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이지만, 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니?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니? 나는 그 생명을 보며 즐긴단다.”
많은 사람이 완벽함을 추구한다. 자신의 금 간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어떤 때는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 낙심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세상이 삭막하게 되는 것은, 금이 간 인생 때문이 아니라 너무 완벽한 사람들 때문이다.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남편인가?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아내인가?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부모인가?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자식인가?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형제인가? 당신은 금이 가지 않은 자매인가?
금이 좀 가면 어떤가? 틈이 좀 있으면 어떤가? 좀 부족하면 어떤가? 세상을 삭막한 황무지로 만드는 사람은, 너무도 완벽한 똑똑한 사람들이다.
- 작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