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율하성당 청소년분과장
주일 오후 3시, 성당 입구가 소란스럽다. “○○언니 왔어요?”“○○는 오늘 못 온대요.” 아이들의 목소리엔 늘 생기가 넘친다. 신부님이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더욱 신난다. 유치부에게도, 6학년에게도 신부님은 친구다. 중고등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신부님만큼 키가 크고 덩치가 큰 아이들도 수다쟁이가 된다. 고3 아이들도 주일학교 행사와 전례에 참여한다.
본당 회장단은 늘 주차 관리를 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챙기고 은총 잔치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채 팝콘을 만들고 크로플을 굽는다. 캠프를 가는 날이면 손맛을 자랑하는 연도회와 자모회가 손을 잡는다.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해 구역과 반에서는 기도로 힘을 보탠다. 미사 시간마다 부모와 아이들은 서로를 축복하는 기도를 한다. 주일학교의 큰 행사를 앞두면 교사들은 신자들 앞에서 서툰 율동을 하기도 하고, 시원한 차와 따뜻한 어묵을 나누며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신자들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들, 더 좋은 것들을 나눠줄 수 있도록 모금함을 채우며 응원한다. 입대한 본당 신학생은 아껴두고 싶을 휴가를 중고등부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사용했다.
현재, 본당의 주일학교 학생들은 150여 명이다. 단순히 신도시라서, 학령인구가 많아서라고 하기엔 뭔가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무엇이 아이들을 성당에 오게 하고, 머물러 있게 했을까? 또 무엇이 이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향해 마음을 열게 했을까? ‘청소년·청년의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환대와 경청’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듣고 이야기했었다. 나에게 그 두 단어가 낯설거나 새롭지 않았던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지켜주고 싶은 사랑이 우리 공동체 안에서 이미 실천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2025년 ‘배움과 체험의 해’를 지내는 우리 본당은 초·중고등부가 함께 1박 2일을 지내며 하느님의 눈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기쁘게 동행하는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다가가셔서 당신의 사랑을 직접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심에 용기를 냈던 제자들처럼, 이 시간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살아계시며 모든 것들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사랑받은 아이들이 사랑의 실천을 배우고 전해주면서 그렇게 하느님의 사랑은 끊임없이 흘러갈 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