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회복 그리고 부활

가톨릭부산 2025.05.01 13:23 조회 수 : 14

호수 2868호 2025. 5. 4. 
글쓴이 김영환 신부 

치유, 회복 그리고 부활

 
김영환 로사리오 신부
정관성당 주임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호숫가에서 고기 잡던 평범한 어부들을 처음 만나 제자로 부르시며 주셨던 사명입니다. 그런데 그 제자들은 그 귀한 사명을 잃어버리고 과거로 돌아가 다시 고기나 잡는 어부가 되고자 합니다. 그것도 가장 큰 소명을 받았던 베드로의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오늘 복음) 하는 선동에 따라.
 
   첫 불림받던 그날과 오늘의 풍경은 비슷합니다. 밤새도록 애썼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오늘도, 그때도) 그러나 주님이 시키신 대로 하여 그날엔 그물이 찢어질 만큼 잡아 올렸고 오늘은 153마리나 되는 고기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때와 오늘, 다른 풍경이 있다면 첫 불림받았던 그 날에 베드로는 몹시 놀라서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하였는데 오늘 베드로는 주님이라는 말씀을 듣자 얼마나 급한 마음인지 호수로 뛰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숯불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숯불은 주님을 배신하던 그 밤, 닭이 울기 전 베드로가 경비병 사이에 깃들어 몸 녹이던 배신의 그림자가 담긴 숯불이 아니라(요한 18,18) 밤새 젖은 그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시는 따뜻한 사랑의 숯불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고기와 빵이 있고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셔서 빵과 고기를 주십니다. 아마도 장정만 오천 명이 넘게 먹고 나누었던 그 빵과 물고기의 기억이 담긴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손수 차리신 이 소박한 밥상 앞에 제자들은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우면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먹먹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얼마 전 함께 나누었던 최후의 만찬도 떠올렸겠지요. 또한 아직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활, 그런데 세 번째로 자신들을 다시 찾아와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만나니(요한 18,14) 도무지 그 사랑 앞에 할 말이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주님은 상처 가득한 그들을 치유해 주십니다. 잃었던 사명을 다시 회복시키시며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양들을 돌보는, 그것도 죽는 날까지 성실한 사랑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를 허락해 주시며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십니다.
 
   우리 삶은 회복됩니다. 주님 만나 뵙던 그날을 잊지 않고 과거의 고기잡이 삶으로 돌아가려고만 하지 않으면, ‘아침을 먹어라 내 몸을 먹어라’ 초대하시는 주님의 상 둘레에 앉기만 하면, 주님은 치유하시고 회복시켜 주십니다. 주님께 감사드리며 그 사랑에 머물며 부활을 맞이할 그날까지, 이 주님의 잔치상에 머물러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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